한국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1인치 장벽을 넘어 비(非)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방송계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최대 방송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이자 한국 드라마 최초로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각각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무대에 오른 황 감독은 에미상 관계자와 넷플릭스에 감사를 전한 후 "많은 사람이 내가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건 모두 함께 만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에미상 트로피가 아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재는 무대에 올라 가장 먼저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ATAS)와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역 이정재는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 배우 최초로 '방송계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에미상 전체를 통틀어서는 아시아 국적 배우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앞서 리즈 아메드(제69회 에미상 리미티드 시리즈·TV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 아치 판자비(제62회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처럼 영국 국적을 가진 아시아계 배우가 에미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아시아 배우가 에미상을 수상한 것은 이정재가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이 후보에 오른 남우조연상은 '석세션'의 매튜 맥퍼딘, 여우조연상은 '오자크'의 줄리아 가너, 각본상과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2022 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단역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며 에미상 돌풍을 예고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은 비(非)영어권 프로젝트 최초로 미국 배우조합상(남녀주연상, 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 골든 글로브(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에서 수상하며 일찌감치 '방송계 오스카'로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만 5045만 시간을 기록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작품 공개 단 12일 만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극 중 캐릭터들이 진행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한국의 골목 놀이를 비롯해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동그라미·세모·네모가 그려진 가면, '깐부'(가장 친한 친구, 짝꿍,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를 유행시키는 등 언어의 장벽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열풍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