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생존개체수 약 100마리인 희귀철새 뿔제비갈매기(Thalasseus bernsteini)가 전남 영광군에서 바다 건너 중국 산동성 등지 수백km를 오가면서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가 우리나라 전남 영광군 무인도 육산도에서 2016년 이후 6번째 번식에 성공했고, 새들에게 채워둔 연구용 가락지의 재관찰을 통해 이같은 이동경로가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육산도는 2016년 4월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에서 알을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가 최초 발견돼, 중국·대만 번식지에 이어 전 세계 5번째 번식지로 기록된 바 있다. 올해는 3~6월 육산도에 총 7마리의 뿔제비갈매기가 찾아와, 이 가운데 한 쌍이 알을 낳아 새끼 1마리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뿔제비갈매기는 생태에 관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희귀한 새다. 중국 동쪽 해안에서 번식해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서 월동한다는 제한적 정보만 있는데, 1937~2000년 63년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지난해 6월 육산도에서 뿔제비갈매기 성조 1마리의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새끼 1마리의 다리에 노란색 합성수지 재질의 유색가락지를 부착했다. 금속가락지는 포획해야만 가락지에 기록된 고유번호를 확인할 수 있고, 유색가락지는 포획없이 육안이나 망원경으로 개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금속가락지를 부착한 성조 1마리는 올해 6월 3일 육산도에 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육산도에서 성조 2마리와 올해 태어난 새끼 1마리를 포획해 성조에 흰색 유색가락지, 새끼에 하늘색 유색가락지를 끼우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올해 흰색 유색가락지가 부착된 성조 1마리(어미새)와 하늘색 유색가락지가 부착된 새끼 1마리는 6월 말 육산도를 떠난 후 7월 말 전북 고창군 해안의 괭이갈매기 무리에서 지내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 2마리는 8월까지 중국 칭다오시 해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다시 확인됐다.
올해 흰색 유색가락지가 부착된 다른 개체와 지난해 금속가락지를 부착한 개체 등 2마리는 6월 말 육산도를 떠나 8월 2일 전북 고창 해안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어 4일 뒤인 8월 6일 서쪽으로 536km 떨어진 중국 칭다오시 자오저우만 해안에서 촬영됐다.
한편 지난해 노란색 유색가락지가 부착된 새끼 1마리의 이동경로도 파악됐다. 이 새는 지난해 9월 말 육산도 서쪽으로 610km 중국 산둥성 르자오 해안에서 확인됐다. 이 새는 다시 올해 6월 21일 산둥성 해안에서 남쪽으로 1262km 떨어진 대만 이란시 난양 하구에서 발견됐다. 2달 후인 8월에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자오저우만에서 목격됐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뿔제비갈매기의 이동경로의 확인은 유색가락지 부착과 함께 국내외 조류 탐색 활동가들의 관찰기록이 공유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앞으로도 긴밀한 국내외 조류 관찰 협력망을 구축하여 뿔제비갈매기의 이동경로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번식생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서식지 보전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내년 초 시행을 앞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뿔제비갈매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등록하기 위해 현재 환경부 누리집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이달 5일부터 40일간 의견수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