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에서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윌리엄·해리 왕자 형제가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모처럼 한자리에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는 10일(현지시간) 윈저성 앞에서 여왕 추모객들을 직접 만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두 왕자 부부가 공식 행사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0년 3월 이후 2년여 만이다.
BBC방송은 이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침울한 며칠 사이 가장 두드러지고, 예상을 벗어난 장면"이라고 촌평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해리 왕자 부부는 상당 기간 불화설에 시달렸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메건의 왕실 합류를 마뜩잖아한 탓에 해리 왕자와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 부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형제간에 일부 불화가 존재한다고 시인한 적도 있다.
그동안의 갈등이 워낙 깊어 엘리자베스 여왕 상중에도 가족의 화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두 부부가 전격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랜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날 추모객 맞이 행사는 형인 윌리엄 왕세자가 먼저 동생 해리 왕자 부부를 초청하면서 성사됐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도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해리 왕자 부부가 조문객 맞이를 위해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감정의 골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윌리엄·해리 형제는 찰스3세 왕의 왕세자 시절,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들이다.
찰스 3세의 공식 즉위에 따라 윌리엄은 왕세손에서 왕세자로 왕위 계승 서열이 높아졌다.
해리 왕자 부부는 2020년 1월 왕실과 결별을 선언한 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미디어 벤처사를 운영하고, 자선사업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