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고수익 차량과 전기차를 앞세운 친환경 판매 전략 등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량 세계 3위에 올랐다.
12일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글로벌 3위 입성을 계기로 더욱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수순을 밟으면서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 영역을 뛰어넘는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분야로 '삼각 편대'를 콕 찍어 밝혔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핵심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다. 실제 최근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움직임은 더욱 가시화하고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최근 최근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에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정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포부를 되돌아보면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앞서 정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거듭 강조한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 확보와 우수 인재 영입, 인공지능(AI) 연구소 설립 등이 비로소 글로벌 소프트웨어 설립과 로봇 AI 연구소로 구체화됐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차원에서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우선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사는 연구소에 총 4억2400만달러(약 5516억원)를 출자한다. 또 지난해 인수한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연구소 소수 지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개발 체계로의 조기 전환 등을 목표로 그룹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 센터도 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 일환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도 인수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만 4277억원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내부 인재 양성 강화는 물론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과 대외 협력 추진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KT와는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과 위성통신 기반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통신망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7500억원 규모의 지분도 맞교환한 상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만큼 완성차 업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 또한 치열하다. BMW그룹과 도요타는 지난해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 회사 메이 모빌리티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는 자율주행 SW를 개발하는 오토브레인에 각각 투자했다. BMW는 2016년부터 인텔, 모빌아이와도 손잡고 ICT 플랫폼 역량을 키우고 있다.
포드는 구글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관련 핵심 자회사인 크루즈(Cruise)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카리아드에 2026년까지 1만명의 직원을 충원하고 300억 유로(약 4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체 트레이스트로닉과 합작해 네오크스를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술과 관련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포티투닷은 자체 구축한 '데이터셋'에 국내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복잡한 도심 도로 환경에서 확보한 다양한 영상과 라벨링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연내 목표로 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통신과 AI까지 접목해야 하는데 포티투닷의 기술이 융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반짝 3위 입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모델 출시를 지속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가 520km를 넘었는데 더 이상 충전거리 싸움보다는 자율주행 모드나 각종 편의장치,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같은 서비스 부분을 확대해 시장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결국은 소프트웨어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로봇 AI 연구소와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설립을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아울러 핵심 인재 양성과 영입으로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항공업체 최고 경영진들과 만나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개발 사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영국 판버러 에어쇼 현장을 직접 찾아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개발과 관련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