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보자 했는데"…포항 참사 장례식장 '눈물 바다'

생존 구조된 50대 모친 구하려 나간 15세 중학생 아들은 숨져
60~70대 부부 함께 숨진 채 발견
동생 사망 소식에 독도서 헬기로 달려와

포항 아파트지하주차장 참사 사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포항의 한 장례식장. 백담 기자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숨진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 참사로 숨진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포항의 한 장례식장은 유가족과 지인, 시민, 정치인 등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빈소를 찾은 이들을 통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희생자들의 사연도 전해지면서,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사고현장에서 15시간여 만에 구출된 생존 50대 여성과 함께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던 15세 중학생 아들 김군은 목숨을 잃었다.
 
김군이 급격히 밀어닥치는 물에 문을 열지 못해 차 안에 갇힌 어머니의 탈출을 돕던 중, 지하 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금세 차올랐다.
 
거센 물살과 턱 밑까지 차오른 흙탕물로 함께 탈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아들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판단, 김군에게 먼저 나가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군은 어머니와 헤어지기 전 "키워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걱정돼 주차장에 함께 내려갔던 15살 중학생 아들은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김군의 빈소를 찾은 친구들의 자리에는 눈물을 닦은 휴지가 쌓여 있었다. 평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재미있고 착한 친구인 김군을 다시 볼수 없다는 슬픔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태풍이 지난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던 한 친구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친구를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친구를 간절히 추모했다.
 
빈소 모습. 백담 기자

함께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노 부부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70대 남모씨와 부인 60대 권모씨는 사고 발생 15시간여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부의 20년 지기 친구는 이날 오후 늦게 장례식에 들어서며 "세상이 이럴 수는 없다"며 오열했다.
 
한참 뒤에서야 마음을 추스린 그는 "평소 20~30분마다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면서 "아침부터 연락이 안되길래 태풍 때문에 일이 바빠서 그런 줄 알았다"며 가슴을 쳤다.
 
이어 "봉사 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텃밭 가꾼 것들은 나누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몰랐다"며 또 한번 가슴을 쳤다.
 
노모를 홀로 모시고 살았던 50대 홍모씨도 이번 참사에 희생되면서 어머니를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문상객들로 붐비는 다른 곳과 달리 20대 서모씨의 빈소는 쓸쓸한 모습이었다.
 
서씨는 부모가 외로이 자리를 지켰고, 독도경비대에 대원으로 있는 형은 동생의 비보를 듣고도 태풍으로 빈소를 찾을 수 없어 발만 굴렀다.
 
서씨의 소식을 들은 경북경찰청은 서 순경이 동생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오후 헬기를 동원해 독도에서 포항까지 이동을 도와 저녁에 빈소를 찾았다.
 
숨진 서씨는 평소 형이 남기고 간 차를 돌보다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사촌 형은 "(사망한 서씨가) 지난 4월 취업에 성공한 뒤 명절에 보자, 밥 먹자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됐다"며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허탈해 했다.
 
이어 "서씨가 새벽에 차를 빼라는 방송을 듣고 독도에서 근무하는 형의 차를 빼주러 내려갔다가 실종됐다고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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