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사실상 토지임대부 주택 형태인 장기전세 '상생주택'을 선보인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추진 중인 토지임대부 공공주택 분양의 '공공임대(장전)' 버전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기존 장기전세주택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상생주택' 후보지 선별을 끝내고 오는 2026년까지 상생주택을 포함한 장기전세주택 7만호 공급에 나선다.
상생주택은 공공이 택지 개발을 통해 직접 짓거나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단지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온 장기전세주택 공급 방식과 달리 매입 없이 민간 토지에 주택을 건설해 장기전세 형태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시는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와 함께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장기전세주택 공급 및 확대, 상생주택 공급을 위한 제도적 발판이 될 조례제정을 추진한다. 시의회 이성배 의원 대표발의로 '민간토지 활용 공공주택 건립사업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9월 처리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 5월 민간 토지에 주택을 건설해 공공 장기전세주택으로 제공하는 '상생주택' 사업 대상지를 공모했다. 총 22개소가 지원한 가운데 6월 최종 후보지 10개소를 선별해 현재 사업 검토, 상호 협의 등 대상지별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와 관련 토지주는 입지는 좋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활용도가 낮았던 부지를 임대로 제공할 수 있고, 공공은 시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임차료로 공급, 시민은 가격 부담 없이 오랜 기간(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번 상생주택은 향후 서울시와 SH공사가 새롭게 선보일 '토지임대부 분양'을 장기전세로 확장하는 전초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 바 '반값 아파트' 또는 '반쪽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에 대한 월 임대료를 내고 분양 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이다. 분양가에서 토지와 조성 비용이 빠지면서 전체 분양가격의 최대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 공급 방식이다. 서울에는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이 첫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장기전세 상생주택은 특히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민간의 자투리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서울의 부족한 택지를 대체해 눈길을 끈다. 토지 임대료는 SH공사가 지불하고 입주자는 전세 보증금만 납입하면 된다.
김현동 SH공사 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택지를 개발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지만 SH에는 후보지를 찾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있고 계속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토지는 임대료 정도만 받고 건물만 분양해 시민들께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에도 "당초 (토지임대부 분양이) 계획된 상반기가 지났지만 반값 아파트 공급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고덕강일지구에 첫 공급 의지를 밝혔다.
한편, 선별된 대상지 10개소 중 민간과 협의가 원활하게 추진되는 대상지 3~4개소에는 SH공사가 시범사업으로 직접 장기전세주택을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건축계획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서울시민의 주거와 전세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해 온 장기전세주택이 민간과 협력하는 새로운 공급모델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장기전세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주택공급 모델을 지속 발굴 또는 업그레이드해 자산, 세대 유형과 구성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