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 윤종빈, 총 6부작)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리남'은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을 함께하며 충무로에 센세이션을 일으켜온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하정우와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의 첫 만남이라는 것은 물론 박해수, 유연석, 장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주목받았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에서 진행된 '수리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윤종빈 감독은 처음 만나 작업하게 된 소감과 함께 시리즈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만들 게 된 이유에 관해 윤 감독은 "처음 소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처음 본 건 2시간 분량의 영화 대본인데, 이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호흡으로 담기엔 힘들겠다고 판단했다"며 "시리즈로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고, 때마침 넷플릭스와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수리남'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오랜 기다림 끝에 함께하게 됐다. 그는 "실제 이야기에서 기인했다는 자체가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남미의 작은 나라에 한국인이 가서 마약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화적이라 생각했다"며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영화든 드라마든 어떻게든 작품으로 만들면 굉장히 재밌겠다는 게 (작품을) 시작하게 된 마음"이라며 작품의 매력을 밝혔다.
여기에 중국 조직에 몸담았던 조선족 출신 전요환의 심복 변기태 역은 조우진이, 전요환의 브레인이자 고문 변호사인 데이빗 박 역은 유연석이, 수리남 차이나타운 조직의 수장 첸진 역은 장첸이 맡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대선배이자 한국 대표 배우인 황정민과의 작업을 오랜 시간 꿈꿔왔다고 이야기했다. 후배 배우들의 고백에 황정민은 "뭘 꿈까지 꿔"라고 웃으며 말한 뒤 "다른 감독님 작품에서 함께할 수 있는데, 정말 고마운 건 감독님이 조합을 잘 해주셔서 감사했다. 유연석, 박해수, 조우진과도 다 첫 작품인데,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들을 보여주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밝혔다.
황정민은 "6부작으로 나눠진 대본을 보면서 너무너무 좋았던 건, 마치 좋은 책을 한 권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한테 소개시켜주고 누구한테 선물해주고 싶을 때와 같은 마음이 들었다"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에너지가 작품에 있다. 1부 끝나고 나서 바로 뒷장이 궁금해서 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조우진은 조금 독특한 캐스팅 일화를 전했다. 그는 "영화 '돈' 기술 시사 끝나고 뒤풀이 장소에서 윤 감독님이 대본은 안 나온 상태인데 어떤 캐릭터든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셨다"며 "감독님이 바로 지폐 한 장 꺼내서 사인을 하며 바로 계약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도 사인한 후 찢어서 나눠가졌다. 그게 '수리남' 변기태를 만나게 된 계기"라고 이야기했다.
윤 감독은 "처음엔 많은 부분을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려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코로나가 창궐해서 외국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눈물이 났다"며 "촬영감독님, 미술감독님과 이야기해 제주도에 남미를 만들어보기로 하고, 식물을 재배했다. 막상 해보니 얼추 비슷한 모습이 나와서 우리도 되게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황정민이 "왜냐하면 우리가 수리남을 안 가봤으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과 감독은 오는 9일 전 세계 공개를 앞둔 '수리남'에 거는 기대와 소망을 전했다.
황정민은 "한가위는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인데 '수리남'을 같이 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너스레를 떤 뒤 "따로 혼자 집에서 밤에 개인적으로 쫙 보다가 너무 재밌는데 알려주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소개해도 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분들은 가족분들과 같이 봐도 되겠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해수는 "자막으로 볼 수도, 더빙으로 볼 수도 있는데 원어로 뉘앙스와 재치 있는 언어를 보면 좋겠다"고, 조우진은 "갑자기 '숨보명'(숨어서 보는 명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야기 구조, 인물관계 등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특색이 분명히 있다. 전 세계인의 '숨보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나도 큰 스크린을 전제로 연출하는 연출자고, 배우들도 영화를 베이스로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다보니 이 작품은 되도록이면 핸드폰 말고 TV 등 큰 화면으로 보시길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