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5개, 올해는 1개" 고물가에 차례상 과일도 '감축'

'배추 한 포기 9900원' 고물가에 추석 장보기 '부담'…과일 5개→1개로 줄이며 상차림 '간소화'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 4인 가족 기준 평균 32만 3268원…지난해보다 8.5% 올라
유통가, 고물가 소비 위축될라 막바지 추석 제수용품 할인행사 실시…과일·밀키트 할인행사

류영주 기자

곶감은 진작에 쇼핑 목록에서 뺐고, 과일도 개수를 확 줄였다. 손바닥만한 흰 종이에 사야 할 제수용품이 한가득이었지만 선뜻 카트에는 담지 못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7일 남편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정모(67)씨는 "작년보다 40% 정도 물가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물가가 엄청 많이 올랐어요. 고기도 올랐지만 야채는 정말 너무 많이 올라서 쓸 수가 없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를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마트에서 시금치가 한 단에 8천원, 재래시장에서는 6500원이었다. 잡채와 나물 반찬에 꼭 필요한 식재료지만 가족 수 만큼 넉넉히 사지는 못 하고 최소한의 양만 골라담았다. 과일도 올해 차례상에는 한 개씩만 올리기로 했다.

정씨는 "너무 비싼 건 빼고 차례 지내기로 해서 곶감은 뺐고, 과일도 사과는 5개씩 올렸는데 이번엔 한 개만 올리기로 했다"며 "그래도 돈은 똑같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에 추석 연휴를 맞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여전한데다 올 여름 폭염에 이어 초강력 태풍까지 지나가면서 제수용품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배추 10kg짜리 도매 가격은 3만604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1.5%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무려 169.9% 상승했다.

시금치 역시 4kg 기준 6만60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8.1% 가격이 뛰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조사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32만3268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4개 품목 중 20개 품목의 가격이 작년 대비 평균 16%가량 올랐고 품목별로는 시금치(86.0%), 참조기(32.8%), 대추(31.0%) 등의 가격 상승률이 눈에 띄었다. 시금치는 재배 면적 변동과 기상 악화 등으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때의 비용이 25만2656원으로, 대형마트(31만7692원)보다 6만원 가량 더 저렴했다. 실제로 7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는 명절 제수용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시장 상인은 "고사리 팔려고 시금치 마진 거의 안 붙이고 가져다 놨는데 고사리는 안 사가고 시금치만 사 간다"며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100원이라도 싸면 금방 사간다"고 전했다.

손님 최모(70)씨는 "올해 배추가 장마통에 태풍오고 그래서 현지에서 다 썩었다"며 "지금 배추 한 통에 8천원, 9천원인데 김장철에는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유통가는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을 맞아 가성비에 집중한 먹거리 할인행사를 진행중이다.

롯데마트는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전점에서 제수용품 막판 할인행사를 연다.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사과, 배를 '상생 사과', '상생 배'라는 이름으로 일반 상품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또 제수용 정육 상품들도 엘포인트(L.POINT) 회원 대상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한다.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서 추석 장을 보는 고객의 모습. 롯데마트 제공

고물가에 장보기가 부담인 소비자들을 겨냥한 간편식과 밀키트도 할인에 들어간다.

SSG닷컴은 간단히 조리해 명절 식탁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간편식과 밀키트를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피코크X한일관 소불고기 밀키트', '99's fresh 밀푀유 전골' 등이 인기다.

SSG닷컴 '명절 장보기' 행사 배너. SSG닷컴 제공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에 태풍으로 고물가에 장보기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가가 특가 상품 물량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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