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역을 휩쓸고 간 태풍 '힌남노'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환했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생존한 39세 남성 전모씨와 52세 여성 김모씨는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로 구조돼 현재 병원 치료 중이다. 생존자들은 지하 주차장 천장에 있는 배관을 잡거나 올라타서 버틴 끝에 살아남을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 전모씨는 지하주차장 천장에 생겨난 에어포켓에서 14시간을 버틴 끝에 구조됐다. 2시간 뒤 김모씨도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다른 구조자 7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생존자 전씨는 아내를 통해 "순식간에 물이 차 들어와 자동차를 탈 수 없었다"며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도 "부유물을 잡고 수면에 떠 있는 상태로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머물러 생존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면보다 위에 공간이 있으면 에어포켓이 형성될 수 있다"며 "지하주차장에 높이가 30cm이상 되는 에어포켓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량에도 에어포켓이 생길 수 있지만 그 공간은 10cm이하로 매우 작아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어포켓은 물이 차오르는 공간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일부 남아 생기는 공간으로 그 크기는 공간의 구조나 밀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에어포켓 속에서는 숨을 쉴 수 있어 수난사고시 생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침수 사고가 난 포항 아파트는 1995년 준공돼 지하주차장 천장에 구간별로 보가 있어서, 에어포켓이 형성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낚시배 추돌 사고때도 에어포켓은 주효한 역할을 했다. 출항 5분여만에 다른 배와 충돌해 뒤집힌 낚시배는 선실 일부 공간에 에어포켓이 생겨났다. 이 공간에서 생존자들은 방수폰으로 구조대와 연락을 취한 끝에 2시간 40여분만에 3명이 구조됐다.
에어포켓에서 가장 오래 버틴 사례는 지난 2013년 대서양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로, 바다 밑에 갇힌 20대 나이지리아 선원이 3일만에 구조된 바 있다. 수심 30m 아래에 갇힌 이 선원은 선내에 있던 탄산음료를 마시며 버티다 잠수부들에 의해 60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나이지리아 선원을 구조한 네덜란드 회사 DCN 다이빙은 선원을 구조하던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한 바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침수된 포항 지하 주차장에 추가 생존자가 없는지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