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 하면 야구 하기가 싫어져" SSG 김원형 감독의 마무리 투수 경험담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 연합뉴스

SSG 랜더스를 이끄는 김원형 감독은 프로야구 통산 134승을 기록한 투수 출신의 지도자로 현역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전성기 시절 주로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마무리 투수의 고충도 잘 안다.

1991년 신생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원형 감독은 1998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당시 쌍방울의 마무리였던 조규제가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조규제는 1991년부터 쌍방울의 뒷문을 맡아 7시즌 동안 133세이브를 기록한 1990년대 대표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마무리' 김원형의 출발은 좋았다. 김원형 감독은 1998시즌에 12승 7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자신감이 생겼지만 1999시즌은 쉽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는 팀 승리의 마지막 순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팀이 이길 기회가 많아야 등판 기회도 많아진다. 그런데 쌍방울은 1999시즌 28승 97패 7무에 그쳤다. 마무리 투수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시즌 KBO 리그 LG 트윈스와 1-2위 맞대결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김원형 감독은 "팀에 마무리 투수가 없어서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했다. 그때는 잘했다. 생각 없이 했으니까(웃음). 근데 1999시즌은 좀 힘들었다. 그때는 이기는 경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는 '불펜 에이스'이기도 하다. 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마운드에서 포효할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승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순간 그라운드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가 된다.

김원형 감독은 "마무리 투수 시절에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가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한 상황)를 몇 번 하니까 야구를 하기가 싫어지더라"며 웃었다.

이어 "1999시즌에는 팀이 한 번 이기면 3~4번을 지고 했으니까, 이기고 있을 때 올라갔는데 팀이 지면 마음의 부담이 더 컸다"며 "그래서 원래 했던 선발투수를 다시 시켜달라고 감독님에게 얘기를 했고 다시 선발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김원형 감독은 문승원의 심정과 부담을 잘 이해하고 있다.

SSG 랜더스의 마무리 투수 문승원. 연합뉴스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지난 7월 복귀한 문승원은 KBO 리그 선두 SSG의 새로운 마무리다. 서진용이 8월까지 SSG의 뒷문을 지켰지만 최근 부진한 날이 많았다. 그래서 SSG는 마무리 교체를 전격 결정했다.

문승원은 마무리 투수로서 경험이 거의 없다. 이전까지 통산 세이브 1개를 기록한 게 전부다.

그럼에도 김원형 감독은 "쉽게 변경한 게 아니다. 마무리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펜에서 가장 좋은 투수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문승원으로 결정했다"며 "부담이 될텐데 문승원은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승원은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6일 경기에서 9회를 실점없이 틀어막고 2점 차 승리를 지켰다. 8-6 승리로 2위 LG의 8연승 도전을 저지한 SSG는 1-2위 간 승차를 다시 5경기로 벌리며 한숨을 돌렸다.

문승원의 활약에 뒷문 고민을 조금은 덜어낸 김원형 감독은 경기 후 "마무리로서 압박감 속에서도 좋은 투구를 했다. 문승원의 시즌 첫 세이브를 축하"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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