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7:30)
■ 방송일시 : 2022년 8월 29일(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대학교 남윤섭 교수(관광개발학과)
◇박혜진> 교수님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주시나요.
◆남윤섭> 오늘은 '무장애 관광 활성화 방안'이라는 내용으로 말씀을 드려보려고 하는데요. 무장애 관광이라는 것은 단어를 풀이하면 '장애가 없는 관광' 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시기에 장애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장애인분들을 위한 관광인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요. 무장애 관광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로 Barrier Free Travel 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Barrier Free라는 말이 건축물 같은 시설을 설계 할 때 장애인분들이나 노인분들 같은 이동약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자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이 단어가 관광이란 단어와 융합되면서 Barrier Free Travel 즉, 무장애 관광이 된 것입니다.
◇박혜진> 무장애 관광이 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노인분들 같은 이동약자도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요.
◆남윤섭> 네. 맞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임산부나 영유아들도 모두 포함해서 관광약자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광약자들이 신체적 사회적 제약을 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관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관광의 개념이 무장애 관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장애 관광이라는 개념이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구요, 과거부터 필요성들이 언급 되고 연구자들의 연구가 있었긴 합니다. 관광약자의 여행향유권 확대가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가 2014년에 관광진흥법에 '장애인 관광활동의 지원' 항목과 '관광취약계층의 관광복지 증진 시책 강구' 항목이 새롭게 신설되면서 무장애 관광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면서 제도화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시설들이 집약된 도시들을 대상으로 무장애 관광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공모를 받아 선정된 도시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이죠. 아쉽게도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신청대상에서 제외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많은 공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관광약자를 지원하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면서 무장애 관광이 더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남윤섭> 많은 지자체들에서 무장애 관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경기도에서는 2017년에 '경기도 관광약자를 위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에는 '경기도 무장애관광 환경 조성 및 지원 조례'로 조례명칭을 변경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 대구광역시 등 다양한 지자체에서 무장애 관광 환경조성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무장애 관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2013년도에 제정하였습니다.
◇박혜진> 관광진흥법에 무장애 관광 관련 조항이 2014년도에 개정되었다고 하셨는데, 제주도는 2013년도에 조례가 제정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남윤섭> 맞습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이 있어서 관광 관련 사항들을 제주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데, 관광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보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조례를 제정한 것입니다. 조례에는 복지관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지원대상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개념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14년도부터 제주도에서는 공영관광지와 사설관광지 시설정비 지원사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는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주 외의 다른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뭘까요.
◆남윤섭>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무장애 관광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이 가장 주요한 것으로 보이구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서 관광시설이나 관광상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여행향유권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복지차원에서 필요성이 인식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가 장애를 가지신 분들로 집계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그 수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광약자에 노인층이나 임산부, 영유아도 포함되기 때문에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맞추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광약자들은 이동에 대한 제한이 생기거나 시설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개선해야지만 관광약자들의 관광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박혜진> 무장애 관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남윤섭> 저는 무장애 관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제도적인 부분인데요. 향후 신축되는 민간의 대형 관광시설에 BF인증을 확대 시키는 방안입니다. BF(Barrier Free) 인증제도는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차별없는 시설접근과 이용 및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계획ㆍ설계ㆍ시공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청사나 도시공원, 문화시설 등에는 BF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민간 관광시설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준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관광산업이 민간영역에서 크게 활성화 되어 있는 만큼 인증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민간에서 BF인증을 획득하도록 제도화 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도 같이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증제도를 획득한 관광시설의 사업주에게는 행정처리를 간소화 해주거나 세금 감면 또는 관광진흥기금을 우선 지원해주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무장애 관광활성화를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할 다른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윤섭> 두 번째로 고민해 봐야 할 내용은 도시재생과 연계하는 방안입니다. 많은 청취자 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도시재생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구도심 지역이죠? 구도심 지역은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 지역에 비해 도로나 교통여건이 불편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Barrer Free가 최근 개념이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는 것은 이동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 들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관광 트렌드 자체가 특정 관광지나 유명 관광지들을 방문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삶의 공간까지 방문하는 경우들이 일반화 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닌다던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여가시설을 찾아가는 등의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중에 구도심의 도시재생지역을 방문하는 경우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관광약자에게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도심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무장애 관광을 염두한 계획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쉽게 말해 지역을 정비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관광약자들이나 이동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기획해 보자는 겁니다.
◇박혜진> 요즘 도시재생 지역에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관광약자를 고려한 무장애 관광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민해야 할 방안은 무엇인가요.
◆남윤섭> 마지막으로 무장애 관광에 대한 지속적인 R&D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 들까지 관광약자라는 개념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애인들만 예를 들어도 장애의 종류가 시각장애, 청작장애, 지체장애, 언어장애, 발달장애 등 매우 다양합니다. 각 장애의 종류별로 제대로 된 관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가 모두 다르다는 뜻입니다. 지금 많은 무장애 관광 시설들이 지체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진행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장애시설들을 극복하고 관광약자들에게 여행향유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무장애 관광의 개념이 시설개선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2015년 발표된 한국소비자원의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여행여건 중 가장 불편한 부분이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하는 의견'이긴 했지만, '편리한 관광상품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여행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의견'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관광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정보접근성을 높이는 사업, 무장애 관광상품을 전문적으로 기획하여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 무장애 관광 전문 인력인 트레블 헬퍼를 양성하는 사업 등 지금도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중인데요. 아직은 초기 단계이구요. 지금 시행중인 사업들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혜진> 말씀하신대로 무장애 관광의 대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맞춤형 운영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 지자체나 민간기업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남윤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