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이 노상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채 발견돼 사인과 범죄 혐의점을 놓고 의문이 증폭된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평소 안면이 있던 박모(65)씨다. 지체 장애인인 박씨는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최모(62)씨를 폭행했다. 평소 지병도 있었던 최씨는 박씨로부터 맞은 사흘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의 최종 사인이 밝혀져야 혐의를 특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범행 장소는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공공장소여서 충격을 준다. 목격자도 여럿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취재진이 찾은 서울 중랑구 면목역공원에선 주로 공원을 찾는 계층인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등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 공원 가장자리에 늘어선 노점상 상인들이 해당 사건의 목격자였다. 이들은 사망 소식도 이미 알고 있었다.
최씨의 사망 발견 시점은 지난달 22일. 이에 앞선 19일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평범해 보이는 공원, 평온한 일상의 수면에 돌을 던진 폭행 사망 사건. 면목역공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가해자 박씨를 일단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초 폭행과 피해자 최씨의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를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공원 노점상인 박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경 최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박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최씨와 이성 문제로 시비가 붙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이전에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 상인에게 최씨가 접근했다며 최씨를 해당 상인 가게 앞으로 불러 싸움을 걸었다. 봉변을 본 상인 박모(53)씨는 "주먹으로 다른 사람을 폭행한다"며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가해자 박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박씨는 최씨의 멱살을 잡고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얼굴 부위를 심하게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리에 장애가 있는 박씨는 최씨를 앉은 상태에서 마구잡이 폭행했는데, 휠체어에서 떨어지자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선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에도 박씨의 폭력은 계속됐다. 박씨는 팔꿈치로 최씨 얼굴을 수차례 더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자 박씨는 "최씨가 순간적으로 몸이 일자로 경직돼 뒤로 넘어갔고 한동안 미동이 없다가 깨어났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많이 맞은 상태에서 머리가 벌게지고 부어오른 채로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얼굴에 입은 외상만 치료하고 곧장 퇴원했다. 당시 의료진이 "지금 가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최씨는 엑스레이만 찍고 컴퓨터 단층촬영(CT)도 하지 않은 채 병원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 사흘 뒤인 8월 22일 오후 7시 27분경, 최씨는 혼자 사는 자택에서 피를 토하고 혈뇨를 본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신고자 박씨가 폭행 사건 당일 저녁부터 최씨와 연락이 안 되자, 22일 경찰에 다시 신고한 결과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에 따르면, 최씨의 뒤통수에는 외력에 의한 상처로 출혈(경막하 출혈)이 있었고 이는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막하 출혈은 머리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 뇌와 경막 사이를 이어주는 혈관이 파열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 최씨는 고혈압약, 심장병약 등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유족 측은 최씨가 지병으로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씨 동생은 "(최씨가) 간이 안 좋고 피부 부스럼이나 술 때문에 위장도 안 좋긴 했지만 산행도 잘 다녔다"고 말했다.
박씨의 폭행과 최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박씨의 혐의는 현재 '폭행'에서 '폭행치사'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약물 반응 검사 등을 진행 중이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국과수 최종 사인 감정 결과서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8월 19일에 사건이 발생했는데 (최씨가) 22일 사망한 채 발견되기 전까지 다른 사망 요인이 있는지 폐쇄회로(CC)TV, 통화 내역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원 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 박씨는 평소 면목역공원에서 술 마시고 자주 행패를 부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한 노점상은 "최근 1년 괴롭힘이 심해졌다"며 "(박씨는) 팔 근육이 발달해 주먹으로 맞으면 쓰러진다. 면목역공원의 무법자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노점상 주인도 "경찰이 와도 싸움을 말리기만 하고 그냥 간다"며 "박씨가 모든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무서워 피한다"고 했다.
실제 박씨는 최씨 변사 사건이 접수된 날 오후에도 다른 70대 남성과 말다툼하다 주먹으로 때려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박씨가 피의자로 중랑서 형사과에 접수된 사건만 3~4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