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일과 8일 잇따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여는 등 새 비상대책위 구성에 속도를 낸다. 새 비대위원장으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됐던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다시' 거론된다. 새 비대위 역시, 전국위 개최부터 '반헌법적'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호영 의원이 새 비대위에서도 계속 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추가 혼란을 최소화하고 지도부 공백을 빠르게 메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다음 날(5일) 당헌개정안 의결 후 곧바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눈가리고 아웅' 비판 우려에도 '도로 주호영'을 고수하는 이유는 당 지도부 마련과 내홍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비대위원장 임명과 관련해선 의원들로부터 이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고, '윤핵관' 이미지도 없다"며 "신망도 있으면서 친윤그룹과 척 지지 않은 인물이 필요한데, 현재로썬 주 위원장을 빼고 그런 인물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주 의원이 이끄는 '비대위 시즌 2'가 시작한다고 해도,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리스크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 구성 완료 즉시 가처분 신청 취지를 변경할 계획이다. 앞서 낸 당헌개정 의결을 위한 전국위 개최 금지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개정당헌 효력정지와 새 비대위원장 및 8명 비대위원 전원 직무정지 취지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다시 임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냈다. 이 전 대표가 신청한 추가 가처분에서 법원이 앞선 결정과 같이 사실상 인용 의견을 내놓을 경우, 세 번째 비대위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의힘 내 가용자원을 '아껴 쓰는' 차원에서도 '도로 주호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장외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뒤 곧바로 경북 칠곡으로 내려간 그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심판을 호소했다. 그는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 개정해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가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며 "공천 한 번 받아보기 위해 불의에 귀부한다며 대구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타성에 젖은 정치인들이 대구를 대표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와 행보를 맞추고 있는 '국민의힘 바로세우기'도 전날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첫 공식모임을 갖고 "보수정당에 만연한 인물정치, 기회주의, '뱃지'만 달면 되는 구태정치를 완전히 끝장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도 참석해 "당을 장악해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힘을 만들어 보자"며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