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갈수록 지능화된 전세사기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를 발표한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금번 대책에서 발표한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방안은 △피해 예방 △피해 지원 △단속 및 처벌 강화 등 3개 분야로 나뉘지만, 전세사기 예방에 크게 무게가 실렸다.
우선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요청하면 임대인이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계약 후 임차개시일 전까지 미납 세금 등의 정보를 임대인 동의 없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매매 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매월 공개하고, 위험 지역은 별도 관리한다.
아울러 악성 임대인 명단이나 임대보증가입 여부 등 각종 주요 정보를 담은 '자가진단 안심전세 App'(가칭)도 내년 1월 출시한다.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선 1%대 저금리 자금대출과 시세의 30% 이하로 이용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범죄를 저지른 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불허·말소하고,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등은 결격사유 적용 기간 및 자격 취소 대상을 확대한다. 또 이들이 가로챈 보증금을 회수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담조직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임병철 팀장은 "향후 전세 수요가 크게 발생할 시점에 맞춰 제도도 보완하고, 세입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선언적 측면이 강해보인다"며 "1차적 방어선은 구축됐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나 지능화, 다양화된 전세사기 범죄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이번 방안에서는 현재 전세로 거주 중인 세입자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 예방 대책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물론 임차인이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은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액'을 올해 4분기에 상향 조정하거나,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임차인의 보증금을 감안하도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는 전세사기 피해 규모를 줄이는 방안일 뿐, 사전 예방 대책은 아니다.
전세사기 예방의 핵심인 임차인의 정보접근권을 강화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이 앞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복지재단 전가영 변호사는 "중도에 변제 능력이 없는 임대인으로 바꿔치는 것이 대표적인 전세사기 수법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정보를 다 확인하더라도 피해를 막기 어렵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서 임대인이 바뀌면 임차인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빠져 아쉽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이 계약 직후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하지 않는 특약을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담겠다는 내용도 방안에 담겼지만, 애초 중개사 등이 표준계약서를 지키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에 대해 임 팀장은 "처벌을 강화하겠다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서 규제하겠다는 것인지는 나오지 않았다"며 "전세 사기는 피해 금액도 크고, 주거 안정권도 크게 훼손하는 무거운 범죄인만큼 명확히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 변호사는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겠다지만,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개사 등의 잘못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며 피해 금액 환수 등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갭투자 상황의 해결 방안이 없으면 전세 사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갭투자를 방지하는 등 부동산 정책과 연계한 정책이 고려되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