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취임 나흘만에 검찰 소환통보…정국 '급랭' 전망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및 제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 나흘 만인 1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으며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본격화 되고 있다. 벌써부터 여야 간 거센 공방이 오가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민주당 "정치보복….맞서 싸울 것"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오는 6일 검찰 소환조사를 통보 받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나흘 만이다.

앞서 이 대표는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식품연구원 등 공기업 이전부지의 용도변경 경위에 대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한 고발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故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망한 인물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소환 요구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건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고발사건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야당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사법적 판단에 넘기겠다니 황당하다"며 "김 여사가 권력을 잡으면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더니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나서서 야당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후보이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 야당을 와해하려는 정치 탄압에 대해 민주당은 물러설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정치보복에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국정감사 때 '협박'이라고 했다고 허위사실유포라고 한다. 협박, 압박, 압력, 강요에 대한 단어선택이고 주의주장이다. 주의주장을 허위사실로 처벌한 예가 있는가"라며 "명백한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다. 싸워서 이기자"라고 반발했다. 김용민 의원도 "허위경력을 자백하고 주가조작으로 5명이 구속돼 공범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를 용감하게 소환하는 검찰을 보고싶다"며 "반대 증거가 나온 이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친명계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기업 쌍방울 간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공식 제기하자마자 검찰이 소환통보를 하는 게 이상하다"며 "정부여당의 정치적인 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성실히 조사받아야"…비명계 '민주당 리스크' 우려도


반면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이 후보의 검찰 조사를 촉구하며 공세를 가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제기되어왔던 내용"이라며 "이 대표는 국민의 의혹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당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SNS를 통해 "민주당의 반응은 적반하장이다.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소환을 통보했다고 하고 의원실의 보좌관은 '전쟁입니다'라고 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며 "검찰의 출석 요구가 터무니없고 전쟁이라는 말인가. 법과 상식을 지키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윤창원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예고됐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향후 '민주당 리스크'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수사와 여당의 공세로 당이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이 후보 앞으로 제기된 의혹들이 많은 만큼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다"며 "앞으로 계속 검찰 수사를 두고 민주당이 큰 곤욕을 겪으며 휘둘리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이번 허위사실공표 혐의 말고도 △대장동 특혜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 산적한 상황이다.


여야 대치 심화될 듯…9월 정기국회 정국 '급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후반기 국회의원 단체사진 촬영에서 늦게 도착해 허리를 숙이며 입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 간 대치가 선명해지면서 향후 정국도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여당에 제안했던 협치는 무색하게 됐다. 앞서 이 대표는 협치의 일환으로 윤 대통령에게는 영수회담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는 '공통 공약 추진 기구'를 설립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하면서 협치 보다는 극한 대립이 예고돼 있다.

우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주가조작·관저 공사 특혜 의혹 등을 적극 부각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서 '창대 창'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당내 일각의 주장에 머물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 한동훈·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꺼낼 수 있다.

당장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부터 대치 정국이 시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19~22일 대정부질문, 10월4~2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이 때 정부는 물론 김 여사 등에 대한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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