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속히 늘어난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임차인이 임대인 눈치 보지 않고 주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보증금 보호 장치도
급증하는 전세사기…1~7월 HUG가 대신 갚은 보증금만 4천억 넘어서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1일 발표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가격 하락세에 임대차 계약이 끝난 후 임차인(세입자)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지급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액은 2018년 792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3442억 원으로 치솟은 후 2020년 4682억 원, 지난해 5790억 원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1~7월 사이에만 4279억 원에 달해 2019년 1년치를 넘어서 2020년 기록에 근접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세보증 사고액만 7천억 원을 넘을 기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 20일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후속조치로 이번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마련했다.
임대인 체납 세금 등 정보, 임차인에 제공 의무화…전세 주요 정보 제공할 스마트폰 앱도 출시
이번 피해 방지방안은 크게 △피해 예방 △피해 지원 △단속 및 처벌 강화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마련됐는데, 그 중 피해 예방 분야에 대책들이 집중됐다. 그 핵심은 임차인이 임대인 등을 대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그동안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 등이 얼마인지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알 수 없었던 문제를 고려해 임대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계약 후에도 임차개시일 전까지 미납 국세·지방세 등의 정보를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이런 내용을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고, 임대차 표준계약서에도 해당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공개하는 전세가율 정보가 빌라의 경우 시·도 단위로만 공개돼 실용성이 떨어졌던 점도 개선해서 앞으로는 매월 실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아파트·빌라 등의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확대 제공한다.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 현황도 시‧군‧구 단위로 제공하고, 전세피해가 우려되는 지자체는 별도로 통보해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처럼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적절한 전세 시세나 세금 체납 여부 등 임대인 관련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자가진단 안심전세 App'(가칭)도 내년 1월 출시한다.
이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입주하고 싶은 주택의 적정 전세가·매매가에 대한 정보와 악성임대인 명단,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의 정보는 물론, 청년·신혼부부 등 임대차 계약 경험이 적은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주의사항이나 계약 이후 조치해야 하는 사항 등도 함께 제공된다.
아울러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이 의무화된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증가입을 신청하는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즉시 통보하고, 임차인이 HUG 홈페이지나 '자가진단 안심전세 App'에서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 조정…보증금 보호 위해 은행과도 협의
더 나아가 전세사기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임차인이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 없이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은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액'도 올해 4분기에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집주인이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전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 개선한다.
특히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은행도 확인하기 어렵고,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설정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웠던 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HUG 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집값을 실제보다 높게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이른바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할 수 없도록 공시가 적용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추는 등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피해자에겐 저금리 대출·임시거처 등 제공…사기 저지른 임대사업자 등 처벌 수위도 강화
이미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 등을 위한 대책도 제시됐다.
피해자들을 도울 거점으로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해 금융서비스, 임시거처 마련, 임대주택 입주, 법률상담 안내 등을 원스톱 제공한다. 국토부는 이 달 안에 시범센터를 설치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1%대 초저리 자금대출을 지원한다. 가구당 최대 1억 6천만원을 연 1%대 금리로 최대 10년 동안 빌려주는 조건이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임대인 대신 HUG가 우선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증보험에 청년·신혼부부 등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보증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비록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더라도 당장 머무를 거처를 구하기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서는 HUG가 강제관리 중인 주택 등을 시세의 30% 이하로 임시거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한편 전세사기 범죄를 저지른 임대사업자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불허하고, 이미 등록된 사업자는 등록을 말소한다. 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자격사들은 결격사유 적용 기간과 자격 취소 대상행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이들이 가로챈 부정 이익을 회수하도록 HUG 내 전담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대부분 과제를 연내 이행할 목표로,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들은 늦어도 내년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