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달 말 'BTS 부산 콘서트'의 윤곽이 드러나자 여러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규 공연장도,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비정규 공연장)도 아닌 장소에서 관객 10만 명을 목표로 한 무료 공연을 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서 행사 유치에 힘을 보탤 수 있고, 콘서트를 여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쳐도, 예상되는 관객·해당 지역 주민의 안전 및 불편을 무시한 채 주최 측이 공연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위험을 자초한다는 질타가 거세다.
◇ 관객 수 10만 명 기대한다면서, 출입구는 하나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이자 이번 콘서트의 주최·주관사인 하이브(빅히트 뮤직)는 지난달 30일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을 공지했다. 오는 10월 15일 저녁 6시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읍 일광로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90분 무료 공연을 온오프라인으로 연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건은 '안전' 문제다. 부산시는 앞서 'BTS 부산 콘서트' 관객 10만 명, 이를 포함해 수십만 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연이 열리는 일광은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에 주택가와 숲이 있고, 진입로가 좁다. 일광은 이 정도로 큰 규모의 공연이 열린 전례가 없어 10월 15일 단 하루 공연을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준비해야 한다.
6만 5599석을 보유하고 최대 10만 명을 수용하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올림픽 주경기장)의 출입구는 54곳이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측은 "10만 명의 관중이 30분 내에 퇴장할 수 있도록" 출입구를 50곳 넘게 분산 배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6만 6704석을 보유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도 전 방향에 총 22곳의 출입구를 두고 있다.
◇ 무질서 우려되는 좌석 배치, 주차 공간 없어, 음식 반입도 불가
시야 확보도 문제다. 좌석 배치도를 보면 A01부터 H08 구역까지 평지에 의자를 놓은 지정 좌석과 공연을 볼 수 있는 스크린 뒤로 스탠딩(서서 보는) 자리로 나뉘어 있다. 보통 공연장이나 비정규 공연장으로 쓰이는 체육시설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차를 통해 시야를 확보한다.
이번 공연은 맨바닥에 의자를 나열하거나 직접 서서 보는 것이기에 양쪽 다 단차가 없고, 원활한 환경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앞줄 일부 관객만 가능하다. 음향 및 카메라 구조물을 설치해야 해서 더 '적극적인 시야 방해'가 일어나는 구역도 적지 않다. 게다가 스탠딩석은 별도 입장 번호가 없다. 하이브는 "스탠딩 구역 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오히려 관객들의 무질서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대중교통편을 봐도 운행 간격이 20~30분에 한 대꼴인 동해남부선 지하철 노선 1개, 버스 노선 6개에 불과하다. 하이브는 "공연장 내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차량 입차는 전면 불가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본 공연을 위한 대중교통 증편 및 셔틀버스 운행 정보 등 기타 안내 사항은 지속해서 공지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이브는 500㎖ 이하의 페트병, 플라스틱 컵 또는 종이컵에 담긴 물과 음료만을 반입 허용했고, 이외의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다고 알렸다. 그렇다고 공장 주변에 음식점이나 푸드 트럭 등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공터'여서, 음식점을 비롯해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도 급히 준비해야 할 판이다.
부산시는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으나, 비판과 우려가 먼저 나오고 뒤늦게 대처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숙박업소들이 '정상 가격이 없다' 운운하며 무분별하게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손님들의 선예약을 취소한 것이 논란이 되자, 부산시는 "행사 의미를 퇴색시키는 숙박업소의 행위는 지속적으로 점검·계도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불공정 상행위는 엄단 방침을 세우겠다'지만, 내놓은 해결책인 '점검'과 '계도'는 숙박업소의 '바가지 상술'을 막거나 처벌할 수 있는 조처가 아니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교통 대란 우려가 나오니 부산시는 '인천공항~부산 김해공항, 서울 김포~김해공항 항공편 증편'을 정부에, '부산 출발·도착하는 KTX 증편'을 코레일에 요청했고, '동해남부선 철도 배차 간격 단축 운행'을 시행하겠다고 알렸다.
부산역 근처인 북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콘서트장인 기장군까지 크루즈(배)로 관객을 수송하는 안, 크루즈선 숙박 후 셔틀로 공연장까지 가는 안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한 콘서트장 주변에 2만 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주차장과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공연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장소는 이미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시아드 주경기장이다. 부산 중심부(동래구)에 위치해 접근성과 교통편이 월등히 낫고, 팬들 선호도도 높다. '국제신문' 보도(8월 29일자)에 따르면, 부산시는 아시아드 주경기장도 후보지로 염두에 두었으나 수용 인원이 최대 5만 명 정도여서 제일 먼저 탈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BTS 부산 콘서트' 관객 수와 부산시가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로 선정될 가능성은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공연 규모를 '10만 명'으로 잡고, 이를 바탕으로 장소를 '일광'으로 유지해 공연을 강행하려는 행보에 그 배경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 BTS 의사 확인 없이 '대체복무' 언급도 나와, 팬들 반응 '부정적'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는 부산시와 하이브가 추진하는 'BTS 부산 콘서트'에 부정적이다. 공연을 강행하려는 조짐에, '관객 안전과 편의' 관련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여러 경로로 요구 중이다. 하이브는 소속 아티스트와 그 팬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무신경하고, 부산시는 '홍보대사'라는 명목 아래 방탄소년단 의사와 무관한 계획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등 무리수를 둔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반응이 대다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월드엑스포는 경제 효과가 61조로 기대되는 흑자 대회라며, 방탄소년단과 함께 홍보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BTS 입장을 확인해 보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BTS하고 직접 만나서 얘기한 건 아니"라며 멤버들이 정상 입대하게 될 경우 BTS가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서 "역할을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사" 대체복무를 건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부산시가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로서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에게만 의존해 화제몰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에 점점 더 힘이 실리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방탄소년단 팬 A씨는 "공연 장소 자체도 위험해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까지 방탄소년단을 활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부 행사를 이유로 대체복무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것이나, 10만 명이나 되는 관객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도 공연을 강행하려는 것이나, 얼마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