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가 9월 1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조각, 회화, 드로잉, 도자, 건축 등 230여 점을 선보인다. 이중 28점은 최초 공개한다.
문신(文信·1922~1995)의 삶과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계를 넘나듦'이다. 한국·일본·프랑스를 오가며 이방인으로 살았던 문신은 회화·조각·공공미술, 구상·추상을 넘나들며 작업했다.
문신은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의 탄광촌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6세 때인 1938년, 마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귀국 후 화가로 활동했다.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시나마치 예술인촌에 거주하면서 화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다진 문신은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에 터를 잡고 부산, 대구, 서울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다.
가난한 조선인 청년이었던 자신을 중년의 거장처럼 묘사한 '자화상'(1943), 어민들의 거칠고 활기찬 삶을 손수 제작한 나무 액자에 끼워 넣은 '고기잡이'(1948), 평면화, 단순화 등 추상적 요소를 접목한 '소'(1957) 등이 눈에 띈다.
문신은 1961년 프랑스로 떠났다. 60년대 후반부터 추상조각을 제작했고, 1980년 영구 귀국할 때는 조각가로 명성을 떨쳤다. 1970년 프랑스 페르피냥 바르카레스항의 '사장 미술관'에서 열린 '국제 조각 심포지엄'에 출품한 13미터 높이 나무 조각 '태양의 인간'으로 조각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선보인 석고, 나무, 브론즈 조각은 프랑스 미술계로부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3부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은 브론즈 조각을 주로 보여준다. '개미'(1985), '우주를 향하여3'(1989) 등이다. 문신은 같은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지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했다.
문신은 영구 귀국한 뒤 마산에 정착해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하다가 직접 디자인·건축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이듬해 타계했다.
4부 '도시와 조각'은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소위 환경조각이라고 불리는 야외조각과 프랑스에 거주하던 때, 문신이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 조형물 모형' 등 공공조형물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현재 사진과 드로잉만 남아 있어, 남겨진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VR로, '공원 조형물 모형'은 3D 프린팅으로 구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지은 건축물로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자 문신의 50년 예술 경력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