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리멸렬'에 이재명, 尹과 '1대1' 밑그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가 협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처럼 '1대1' 구도를 조성해 몸집을 불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일단은 거절의 뉘앙스를 풍겼다. 다만,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 대표의 회동 제안을 계속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도권은 일단 이 대표가 쥔 모양새다.


이재명 "단독회담 하자"…대통령실 "대표들 다 모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을 약 20분 동안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 수석을 통해 약 3분 동안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통화에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은 '민생을 위한 협치'에 대해 공감대를 나누고 이른 시일 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바라는 상황이다. 그는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했고 이후 첫 주재 회의에서도 재차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 대해 당 안팎에선 체급을 키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졌던 이 대표가 다시 윤 대통령과 나란히 맞서는 그림을 구상했다는 의도다.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지속적으로 부각하는 것도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정국을 이끌어야 할 국민의힘이 내홍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이 대표의 영수회담 주장이 힘을 얻은 측면도 있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 회의 등에서 연신 민생을 강조한 배경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영수회담이 이뤄지면 이 후보가 윤 대통령과 함께 어려운 정국에서 함께 키를 잡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여당의 역할을 민주당이 대신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민생을 위한 협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단독회담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면서 실제 만남이 성사되기 까지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형식에는 이견을 보인 것이다.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총재를 겸하던 지난 시대의 용어"라며 에둘러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윤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며 공석인 여당 대표까지 끼워넣어 단독 회담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거야 내 압도적 지지' 이재명 제안 거부 '부담'…與 상황도 고려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마냥 이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기에는 윤 대통령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악재가 겹치며 민생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을 위한' 협치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야당 대표의 회동 제안을 계속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겹치는 공약 중 시급한 것들을 우선 시행하자고 제안해왔다.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이 중 민생을 위한 정책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회동 제안을 계속 미룰 경우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민생을 위한 협치를 거부하고 있다는 독박을 쓸 수도 있다.

민주당이 169석의 거대 야당인 점도 부담이다. 당장 9월 국회에서도 법인세 인하, 종부세 특례법 등 법안이 산적해 있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민생을 이유로 협치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마냥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를 호위하는 최고위원들이 강성 메시지를 쏟아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실에서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몸집 키우기가 불편한 대통령실은 회담 시 여당 대표도 동석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상황을 볼 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우선 당 대표가 공석인 데다 권성동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이나, 곧 임명될 차기 비대위원장도 어디까지나 '임시직'인 만큼 전당대회를 통해 역대 최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대표와 같은 격으로 참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 정지 추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임시직이라도 여당 대표급을 함께 초청하는 회담은 기약 없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당 상황이 안정되면"이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른 시일 내 '안정상태'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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