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 정찰과 무력시위에 드론(무인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면서 중국과 대만·미국 간에 또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전까지 중국 드론은 중국 매체나 대만 언론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날인 3일부터 7일까지 19차례 진먼섬 상공에 들여보냈다. 대만에 속하는 진먼섬은 대만에서는 200km 떨어져 있지만 중국 푸젠성 샤먼시와는 불과 3.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드론이 날아오자 진먼섬에 배치된 대만군은 드론을 겨냥해 신호탄을 쏘며 저지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대만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넘나드는 중국 국용기를 상대하기에도 벅찬 대만은 중국 드론이 도발을 반복하면 격추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군은 실제로 29일 오후 진먼다오 부속 섬인 스위 인근 해상 통제 구역에 민간 드론이 들어오자 신호탄 사격으로 쫓아냈다.
대만이 중국 드론을 추격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대만 해협에서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 드론이 중국 영토를 비행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영상을 본적이 있다며 "중국 드론이 중국 영토를 비행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드론을 통해서도 대만 당국을 피곤하게 만들고 미국까지 신경 쓰이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무인기를 통한 무력 시위 및 정찰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대함미사일 60기, 공대공 미사일 100기를 포함한 11억 달러(약 1조4천8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해 줄 것을 미 의회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양안간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