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경기도 '대북행사' 비용 수억원, 쌍방울이 부담했다

경기도, 2018년 대북교류행사 공동 주최
北고위급 대표단 등 9개국 300여명 참석
대규모 행사에 道 집행 예산은 약 3억원
공동 주최 단체가 그외 5억원 상당 부담
해당 단체 전액 후원한 기업은 쌍방울그룹
道 '대북행사' 비용, 쌍방울 '우회지원' 정황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경기도지사였던 2018년, 경기도가 주최한 대규모 대북교류행사 비용 중 수억 원을 쌍방울그룹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유치를 주도한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직전까지 쌍방울의 사외이사로 근무하는가 하면, 행사를 공동 주최한 사단법인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두터운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쌍방울 계열사 가운데 일부가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어서 각종 이권을 겨냥한 지원 아니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1월 경기도는 민간 대북교류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으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에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5명이 참석했다. 리종혁 부위원장은 북한 내 원로 대남통으로, 과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박종민 기자

한국 측에서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평화부지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이 자리했다. 이재명 의원은 환영사에서 "대한민국 지방정부의 초청에 응한 북측 대표단의 역사적인 발걸음에 감사하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3박4일 동안의 행사 이후 경기도와 북한은 향후 교류협력사업을 본격화하기로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강원도에 뺏겼던 대북교류사업의 주도권을 경기도가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위급 인사를 보낸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해외 9개국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 대형 행사에 당시 경기도가 집행한 예산은 3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애초에 공동 주최측 가운데 경기도가 행사 비용 전부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가 힘들어지자 결국 도지사 권한으로 집행할 수 있는 자금만 행사에 투입했다고 한다.

결국 모자란 비용 가운데 약 5억원은 고스란히 공동 주최자인 아태협 부담으로 넘어갔다. 당시 거액의 행사 비용을 감당한 아태협을 뒤에서 후원한 곳은 쌍방울그룹인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가 있었던 2018년 아태협에 후원한 기업은 쌍방울이 유일했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쌍방울이 아태협이라는 단체를 앞세워 예산이 부족했던 경기도의 대북교류행사를 우회 지원한 것이다.

행사를 주도한 인물들도 쌍방울과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공동 주최측인 아태협의 안모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차례 방북해 행사 유치에 앞장섰던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는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6월 부지사로 발탁되기 직전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행사가 끝나고 한달쯤 지난 2019년 1월 안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고, 아태협 사무실은 쌍방울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이재명 의원의 경기도지사 시절 가장 큰 대북사업 성과는 절대적으로 쌍방울에 의존했던 셈이다.

쌍방울그룹의 지원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 줬다.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로 올라서며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던 이 의원은 북한과 교류를 중시 여기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레이스를 앞두고 유의미한 대북교류 성과를 이력에 추가했다. 쌍방울은 행사 지원을 발판으로 각종 대북사업 진출과 이권을 노렸을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행사가 치러진 2018년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은 주력 제품인 특장차를 내세워 북한의 전기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언했다. 행사가 성사되자 쌍방울 계열사 일부가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아태협에 대한 쌍방울의 자금 지원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2020년 쌍방울과 계열사 그리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사업상 밀접하게 얽혀있는 필룩스그룹과 계열사 등 모두 10곳이 아태협에 1억8천만원 상당의 기부금품을 후원했다. 아태협은 2019년에도 약 6억4800만원의 기부금품을 받았는데 당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2019년 1월 아태협이 쌍방울과 업무협약을 맺고, 같은해 아태협이 쌍방울 이름으로 일본조선학교에 1억9천만원을 후원했다는 점에서 2019년도 기부금품의 상당액 역시 쌍방울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쌍방울은 2018년에 이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때도 아태협을 후원했다.

아태협 안 회장은 "국제대회 행사를 추진하면서 당시 많은 지자체를 찾아갔지만 도와주는 곳이 없어 돌고 돌다가 경기도에 부탁했고 받아들여졌다"며 "쌍방울이 후원을 하게 된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 여러 기업들이 거절했는데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성태 회장이 선의로 지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쌍방울은 현재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 등으로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 원외정당은 이 의원의 변호인이 "수임료 명목으로 3억원과 3년 후에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억원 상당을 받았다"며 그 배후로 쌍방울을 지목했다. 검찰은 최근 쌍방울 본사와 계열사들을 수차례 압수수색하고, 해외로 나간 김성태 전 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확보를 시도중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의 쌍방울 임원은 수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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