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약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이 10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컸던만큼 금융당국은 빚이 자산보다 많은 경우에만 원금을 감면하고 고의 연체 등 '꼼수' 도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새출발기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10월 시행을 예고했다. 새출발기금 규모는 30조원으로 지원대상 차주(220만명) 대출 666조원의 5%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 대출의 채무조정에 사용된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대상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 부실이 발생(3개월 이상 장기연체 등)했거나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출자다.
오는 9월 말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데, 빚을 제때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기존 대출을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바꿔주고 대출금리를 연 3~5%로(30일 이상 연체자·30일 미만 9%) 크게 낮춰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실상 신규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해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을 경우에만' 총부채가 아닌 보유한 자산가액을 넘는 순부채의 60~80%를 감면해 준다. 최대 90% 감면율은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등 취약차주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부실우려차주'인 경우 거치기간 부여, 장기분할 상환 지원 등 고금리 부채의 금리 조정에 들어간다.
채무조정 대상 대출은 새출발기금 협약에 가입한 협약금융회사가 보유한 모든 대출이 대상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특성 상 신용대출 보유비중(13%)이 낮고 담보(75%) 및 보증부대출(12%)이 많은만큼 담보·보증대출도 지원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체와 개인을 분리하기 어려워, 가계대출도 지원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다만 법인 소상공인의 경우 대표자의 가계대출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또 코로나 피해와 상관이 없거나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이 어려운 대출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부동산 임대나 주택구입 등 개인의 자산형성 목적의 가계대출이나 전세보증대출, △부실우려차주가 보유한 대출받은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대출 △개인간 사적 채무나 세금 체납액 △할인어음 등 처분에 제한이 있거나 법원 회생절차 진행 중인 대출 등이 지원제외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을 신청기간 중 1회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부실우려차주가 새출발기금 이용 과정에서 90일 이상 채무조정안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부실차주로 분류,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채무 조정 대상 한도액도 낮춰졌다. 채무조정 대상 한도액은 당초 고려된 25억원 수준에서 15억원(담보·보증부 10억원, 무담보 5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개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한도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영업제한 같은 협조로 불가항력적인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잠재 부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기본 인식이다. 특히 개인채무 중심의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한 자영업자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새출발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 때문에 제2금융권을 처음으로 이용해 본 차주가 약 4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여전히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금리·환율·물가가 오르는 '3고(高)' 등 환경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여전하다. 추가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표면화되지 않은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코로나의 상흔도 치유하고 대한민국 전체 금융과 소상공인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30조원의 새출발기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의 도덕적 해이 및 불공정 논란을 의식한 금융위는 이날 발표에서도 논란을 적극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국장은 "신청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연체한 차주,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 등에는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채무조정 이후에도 허위 서류를 제출했거나 고의 연체가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즉시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도 금지한다.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책도 재차 언급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자금지원 41조2천억원 등이다.
또 부실차주의 경우 2년동안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등록해 전금융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동안 신규 대출 및 카드 이용 등 새로운 신용거래는 어렵지만 2년 경과시 공공정보가 해제돼 차주의 노력에 따라 신용도가 개선될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부실우려차주는 공공정보가 등록되지는 않지만 단기연체이력 등 신용하락으로 새로운 신용거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10월 중 열릴 온라인 플랫폼(새출발기금.kr)이나 오프라인 현장 창구(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한국자산관리공사 사무소)를 통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또 9월 중 콜센터를 출범해 새출발기금 이용과 관련한 상세한 안내 및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새출발기금 콜센터 운영 전까지는 캠코(1588-3570)나 신용회복위(1600-5500) 콜센터를 통해 사전 상담이 가능하다.
오는 10월부터 약 1년동안 채무조정 신청을 접수하되 코로나 재확산 여부나 경기 여건, 잠재부실 추이 등을 감안해 필요시 최대 3년간 운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