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100일 동안 검찰의 수사권을 다시 확대하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에 매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호 지시였던 합동수사단을 부활하는 것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 개시에 대한 범위를 규정한 시행령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멈춰 있던 정권 차원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다시 가동했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만,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임명되면서 살아있는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장관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업무를 추진해 온 건 역시 검찰 관련 정책이다. 취임사를 통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2013년 합수단 최초 설립 당시 규모에 준하는 체제로 출범했다. 합수단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020년 1월 폐지했다가,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이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며 협력단으로 개편했다. 한 장관은 금융·증권범죄합수단 뿐 아니라 합수단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합수단을 출범시켰고, 올해 하반기에는 조세범죄합수단까지 신설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이나 조세 범죄 등에 있어서 유관기관의 전문가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3년 전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검찰과 기자들의 '티타임(비공개 정례 브리핑)'도 부활했다. 2019년 '조국 국면'에서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가 부각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소 전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깜깜이 수사 우려는 현실이 됐고, 피의 사실 공표 금지의 수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규정을 만든 조국 전 장관이 받게 됐다. 알 권리 보장이 미흡하고 오보 대응 미비로 수사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한 장관은 티타임 부활 등 공보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정했다. 다만 초상권 보호차원에서 포토라인 금지는 유지했다.
검수원복의 정점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규정한 시행령이다. 검찰 수사 범위가 기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6개 범죄에서 2개 범죄(부패·경제)로 줄어들자,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안이 위헌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물론 지난 11일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의 범위에 공직자·선거·마약 범죄 일부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장 민주당은 반발했고 지난 26일에는 "위헌·위법하며 무효"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 장관과 민주당은 이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검찰의 수사 영역이 계속해서 정쟁화되는 과정에서 한 장관과 민주당이 감정적으로 맞부딪히며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권인숙 의원의 질의에 한 장관은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건가"라거나 "너무 심플해서 질문 같지 않다" 등의 도발 아닌 도발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까지 얘기할 정도로 거세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국민이 상세히 보셨으니 판단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 장관은 이제 피의자를 상대하는 검사가 아니고 국민에게 서비스를 하는 장관인데 이 점을 가끔 잊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조금 더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 차례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혔다는 점에선 검찰 수사권 강화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장관은 취임 후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를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하고, 송경호 중앙지검장,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 등 '윤 라인'을 주요 요직에 배치했다. 한 장관이 민주당의 반발에도 검수원복을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근간에는 지난 정권에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명분이 있었다.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한 검사들은 인사 조치를 당하는 등 좌천을 당해서다.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고 자신했던 윤 정부의 검찰이 윤 라인의 검사들을 주요 요직에 앉혀 놓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역풍은 거세게 불 수 있다.
검찰 정책 이외 탈 진영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장관은 최근 제주 4·3사건 당시 일반 재판에서 형을 선고 받은 수형인에 대해서도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1975년 벌어진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빚 고문' 구제에도 힘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구제에 나서지 못했으나 한 장관은 서울고검과 국가정보원을 직접 설득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민청 설립 검토, 교정직 처우 개선, 외국인 보호시설 내 인권보호관 도입 등 법무행정 분야의 변화 시도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대해서는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