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는 왜 '연세로 차없는 거리'를 폐지하려는 걸까

지난 25일 오전 연세로 일대에서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서대문구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촌 명물거리로 불렸던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폐지될 상황에 놓이자 대학생들과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서 이를 추진하던 서대문구에 불똥이 떨어졌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6·1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후 인수위원회가 서울시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으로 그간 차량 통행에 불편을 유발하고 주변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견을 들어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변 대학 학생들과 지역상인,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연세대 정문과 신촌로터리를 잇는 약 500m 길이의 연세로는 많은 유동인구에 비해 복잡한 차량통행 때문에 서울시가 2014년 1월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면서 버스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진입을 금지했다. 어중간한 왕복 4차로를 버스운행이 용이한 2차로 크기로 줄이고 그만큼 인도를 확장했다.

문석진 전임 서대문구청장이 주말에는 버스 통행까지 금지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2018년 4월부터는 운영시간을 금요일 오후 2시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량들의 우회로 연세로를 찾는 사람이 줄어 상권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전까지만 해도 연세대 정문 앞 성산로를 잇는 주요 지름길이어서 상습 정체가 일어날 정도로 교통량이 많았다. 이같은 교통난이 심화하자 서울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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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보행 친화적 거리로 변화하면서 차량으로 지나치는 것보다 보행 인구가 늘어나는 등 지역 상점을 찾는 유동인구가 늘어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56)씨는 "과거에 차들이 무분별하게 통행했을 때는 대부분 연세대 쪽이나 신촌로터리로 나가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불법주정차에 무단횡단도 많았다"며 "지금은 쾌적하고 대학생들 말고도 연세로 주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요인을 '차 없는 거리'에서 찾으려는 것 같은데 이해가 잘 안 간다"며 "홍대쪽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주변 상권이 많이 위축됐다는 얘기들을 주변 상인들 많이 얘기한다. 최근에는 회복세인데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문화행사들이 재개되면 이전처럼 활력이 넘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총학생회 등 대학생 자치단체와 시민단체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및 차 없는 거리 폐지 반대 운동에 힘을 싣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축이 된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은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 80%가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반대했다며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허용되면 교통체증과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문화중심지라는 연세로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인 시위에 나선 환경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은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정말 대중교통전용지구 때문인지 원인을 분석해 그에 맞게 대응해야한다"며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당시 단순 통과 차량이 80% 이상으로 밝혀져 차량이 통행과 상권 활성화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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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후 전년 대비 월평균 매출액은 4.2%, 신촌 점포를 이용하는 시민은 28.9% 늘고, 시민 만족도는 12%에서 70%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이유로 서대문구가 상권 활성화를 이유로 내세운 신촌 연세로의 차량통행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대문구 측은 "차 없는 거리 폐지를 두고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와 관련해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접수 받은 내용은 없다"며 "연세로 전용지구는 정착된지 8년이 넘었기 때문에 지정 해제를 위해서는 지역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말 '차 없는 거리' 해제는 서대문구 소관"이라며 "연세로 보행 구역과 관련해 서대문구 측의 제안이 온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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