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동강 녹조가 떠밀려와 5년 만에 입욕이 금지됐던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 신경독소가 우리나라 처음으로 발견되는 등 다량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 유역 대부분에서 남조류(녹조) 독성 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5천 배까지 나오면서, 부산지역 먹는 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환경단체 등은 25일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환경단체와 학계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낙동강 본류와 경남 양산지역 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등 낙동강 유역 전반에서 진행한 남세균(녹조) 수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낙동강 최하류이자 시민들이 몸을 담그는 피서지인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 신경독소(BMAA.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가 1.116ug/L 검출됐다.
BMAA는 남세균이 질소와 토양미생물 등과 반응해 형성되는 독성 물질로,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 뇌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BMAA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환경단체는 밝혔다.
또 발암물질이자 간독성, 생식독성 물질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도 10.06ug/L 검출돼 미국 물놀이 기준인 8ug/L를 초과했다.
환경단체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이처럼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녹조 번성 시기에 수문을 개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2일 다대포해수욕장에는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녹조가 대량 발견돼 사흘 동안 입욕 금지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8월 12일 낙동강 본류 녹조가 과다하게 번성하자 환경부가 일제히 수문을 열었고, 이 때문에 녹조가 하류로 떠내려가 부산, 경남 등 남해안 해수욕장까지 피해가 확산했다"며 "녹조 문제는 발생 후 대책이 아니라 발생을 막는 수문 개방이나 자연성 회복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본류의 수질 역시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채취 지점에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고, 가장 높은 곳은 3922ug/L가 검출돼 미국 물놀이 기준의 490배에 달했다.
경남 양산의 논에서는 5000ug/L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낙동강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은 농산물에서도 이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환경단체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을 비롯한 낙동강 유역의 먹는 물은 물론 친수 시설과 농수산물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희자 사무처장은 "정부는 고도 정수 처리 시설을 통해 (독성물질을) 100% 제거한다고 말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이크로시스틴을 100% 걸러낸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본다"며 "수돗물 안전은 정수 과정이 아닌 낙동강 원수 관리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10년 전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등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반복됐지만, 정부는 수질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았고, 그 결과 이같은 사회재난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낙동강은 어머니의 강이었지만, 이제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 그 많은 생명체는 물론이고 주민의 식수와 농산물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수상 레저활동을 하는 곳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세계 기준보다 수백 배 많이 검출되는 상황이지만, 환경부는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강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규모 녹조 창궐은 낙동강이 병들었다는 가시적인 증거이자, 강이 인간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라며 "정부와 국회는 죽어가는 낙동강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수질 관리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