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연 2.75~3.00%라는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이라며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더라도 당분간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날까지 7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는 1년 사이에 2.0%포인트나 올랐다.
이 총재는 "물가는 5~6%대의 높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고물가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관련해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25bp(1bp=0.01%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금통위 직후에도 "(향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7월과 마찬가지로 점진적 인상 기조가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재는 "당분간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물가 정점은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점은 7월(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을 지난 후에도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로 인한 국내 경기 하방 위험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성장 측면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여건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5월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높였다.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5월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