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 동원" 부산 생곡재활용센터 점거 주도한 무역업자 징역 2년

조폭 출신 용역 동원, 센터 점거한 행위 '유죄'
"내가 센터 대표" 공문 발송 행위도 위법 판단
생곡마을에 위장 전입한 사실도 인정돼
법원 "갈등은 법적으로 다퉈야…위력 행사 용인 안 돼"

지난해 4월 16일 생곡재활용센터에서 주민 간에 충돌이 빚어지는 모습. 독자 제공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이하 생곡재활용센터)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입구를 막고 사무실을 점거한 뒤 허위 공문을 발송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역업자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 이진아 판사는 25일 업무방해,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무역업자 A(6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조직폭력배 출신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생곡재활용센터 출입 저지를 주도하고, 센터 대표 자격을 모용(도용)해 부산시 등 기관에 공문을 발송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1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앞에서 주민들이 대치 중인 모습. 독자 제공

법원은 우선 지난해 3월 19일과 4월 16일 벌어진 생곡재활용센터 점거 사태와 관련해 A씨가 주도적으로 업무방해를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에서는 생곡재활용센터 대표 자리를 놓고 주민들이 '구파'와 '신파'로 나뉘어 갈등 중이었는데, A씨는 '구파' 측이 내세운 주민대표였다.
 
센터 운영을 '신파'가 맡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던 '구파'는 자신들끼리 자체 주민총회를 개최해 A씨 등을 주민대표로 선출한 뒤, 운영권을 돌려받기 위해 센터 점거에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판사는 "A씨는 현장에 일찍 도착해 계속 머물면서 조직폭력배 출신 용역업체 관계자 등에게 일부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히 4월에는 본인이 직접 재활용품 수거 차량 운전자를 차에서 내려 나가도록 강압적으로 이야기한 사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업무방해 행위를 인정한 데 더해, 법원은 센터 대표 명의로 각 기관에 공문을 발송한 행위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16일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명의로 부산시, 부산 각 구청 등에 발송된 대표자 변경 알림 공문. 독자 제공

지난해 4월 16일 생곡재활용센터 대표 명의로 부산시와 각 구청 등 20여 곳에 발송된 '대표자 변경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발송됐는데, 센터 대표가 A씨 등 '구파' 측 인사들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공문의 작성과 발송을 공모한 적이 없고, 작성 당시 사무실에서 있지도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등이 위법한 행위임을 알고도 사전에 이 공문을 작성해 발송하도록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A씨 등을 대표자로 선출한 주민총회는 참석자의 상당수가 위장전입자였는데, 이 사실을 A씨 등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공문이 무효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A씨가 지난 2019년과 2020년 실제 생곡마을에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거짓으로 전입신고를 한 혐의 등도 법원은 모두 인정했다.
 
당시 센터 점거에 나서고 위장전입을 한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된 B(43)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법원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으나, 단순 가담한 점을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박진홍 기자

이 판사는 "이들은 지인들을 위장전입 하도록 한 뒤 적법하지 않은 행위인 걸 알면서도 조직폭력배 출신 용역 등을 동원해 업무방해를 했으며, A씨는 특히 주도적 실행 지위에 있어 죄책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A씨 등이 속한 생곡마을대책위원회 '구파'가 '신파'의 재활용센터 운영에 동의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법적·행정적 절차로 다퉈야지 위력으로 운영권을 갖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