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고(高)물가와 강(强)달러 복합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시장 충격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인상폭은 지난달의 절반 수준인 0.25%포인트(베이비스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다만 글로벌 영향력이 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들어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를 시사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도 이례적인 속도로 치솟은 만큼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에 대응해 통화정책 방향 관련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금통위 결정과 함께 이 총재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금통위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는 시장 전망의 강력한 근거는 여전한 고물가다.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6.3%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수입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강달러 흐름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뒷받침 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선을 돌파해 치솟았다.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우리 기준금리(2.25%)를 추월한 상황에서 그 격차가 벌어질 경우 원화 약세 현상이 더 짙어질 수 있는 만큼 환율 방어 차원의 기준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논리다.
이번 인상폭으로 0.25%포인트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엔 한은의 물가 진단과 이창용 총재의 최근 발언, 경기둔화 우려 등이 맞물려 있다. 앞서 한은은 6%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이 높긴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로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번 달 들어 0.4%포인트(전월 대비) 내린 4.3%로, 8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조치를 결정한 금통위 직후 '국내 물가 흐름이 한은 예상과 부합할 경우'라는 전제를 붙어 "기준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큰 폭의 금리인상이 계속될 경우 누적된 가계부채의 부실화, 경기둔화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결정 직전 미국발 변수가 집중 부각된 점은 한은 금통위의 고민지점으로 꼽힌다. 지난주부터 미국 연준 인사들 사이에선 다음달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기 조절'을 기대하는 시장 심리에 대한 견제성 발언도 잇따랐다. 이는 강달러 흐름이 되살아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당장 기준금리 인상폭을 시장 예상보다 넓히기보다는, 매파적 통화정책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는 쪽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 우리 통화정책도 그에 따라 속도조절 될 거라는 시장 기대가 있었다. 만약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 기대가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본다면, (이번에) 시장 예상과는 조금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 연구위원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언제 마무리 지을 것인지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 통화정책상 중요한 지점"이라며 이와 관련된 한은의 메시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