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환율이 뺨 때려주네요" 여행업계 흔드는 '위기들'

원 달러 환율 1천400원 눈 앞…면세업계 "구매욕구 저하 우려"
JDC면세점, 담배판매 일시 중단…신라·롯데면세점, 위스키·명품으로 손님 모으기 안간힘
고환율보다 더 큰 문제는 해외여행 거부감…여행업계 "재감염 확산에 여행객 급감한 게 더 문제"

김포국제공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

주식처럼 매번 바뀌는 환율에 면세점 담배 가격도 조금씩 조정됐지만 이렇게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건 13년만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히츠'와 '네오'의 시중 가격은 4만 5000원. 하지만 바뀐 환율을 적용하니 담배 가격은 4만 5100원으로 시중 가격을 넘어섰다.

환율 고공행진에 JDC면세점은 지난 23일부터 일부 외산 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마지노선인 원·달러 환율이 1323원을 넘어가면 시중가보다 가격이 비싸져 판매를 '홀드'하는데 당분간은 이어질 것 같아요. 당장 내일 적용되는 환율은 1천341원이네요."

JDC측은 "면세 가격이 로컬 가격과 동일해지는 순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여행-항공업계가 코로나에 이어 고환율이라는 큰 파도를 만났다.

엔데믹 시즌에 맞춰 올해 여름 여행 수요 회복에 기대를 품고 있던 여행-항공업계는 고물가-고환율 이중고에 휘청이는 모양새다.

고환율은 재도약을 준비중인 항공업계에 치명적인 요소다. 항공사는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비를 지급한다.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추가로 금융 비용이 발생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84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시국에 화물운송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저비용항공사(LCC)는 상대적으로 리스료 액수는 적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피해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LCC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리스비용 등 3억원 손해가 발생해 현재 50~60억원의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때 해외여행 다녀 온 사람 봤어요?" 고환율보다 무서운 이것

연합뉴스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줄곧 비상 경영을 해 왔지만 환율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상황이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이중고"라며 "환율이 오르면 가격 메리트가 없어지니 구매욕구가 저하돼서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진짜 문제는 고환율이 아니라 여전히 제자리인 여행 수요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 주변에 이번 여름 휴가때 해외 여행 다녀 온 사람은 딱 두 명이었고 전부 제주도 아니면 강원도 다녀왔다고 해요.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이 안 되는데 환율까지 오르니까 울고 싶은데 환율이 뺨 때려주는 격이에요."

실제로 제주항공이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자사 SNS를 통해 추석 연휴 여행계획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천11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1%(1천699명)가 국내 여행을 꼽았다.

제주항공 추석연휴 계획 설문조사. 10명 중 1명만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응답했다. 제주항공 제공
반면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82명으로 9%에 그쳤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여름이면 살아날 거라는 여행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환율보다도 확실한 엔데믹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줄어드는 여행객에 고환율까지 터지면서 면세업계는 명품과 위스키로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1일까지 서울과 제주점에서 발리, 겐조, 코치 등 패션과 선글라스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하는 여름 시즌오프 '블루 세일'을 진행한다.

또 업계 최초로 가입비 30만원, 200명 한정으로 유료멤버십을 도입했다. 가입비보다 많은 38만원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를 비롯해 인천·제주 공항 면세품 우선 인도 서비스, 신라호텔 객실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MZ세대에 인기있는 위스키를 앞세웠다.

25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내국인 주류 매출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85%다. 위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3개월 기준 롯데면세점의 내국인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450% 성장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수입 주류는 고율의 세금이 붙는 품목이라 환율이 올라도 가격 면에서 면세점 구매 매력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시중가 대비 최대 70%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패키지' 상품으로 고환율 위기를 넘기고 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경우, 환율을 실시간 반영하지 않고 월 단위 고정 환율제를 적용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자유여행과 달리 패키지 상품은 환율에 따른 가격등락이 없다"며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가 22단계에서 16단계로 6단계나 내려가는데 덕분에 패키지 여행객들의 부담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