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에게 지난 20대 대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윤석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 제목만 보여줬을 때, 공약의 주인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광운대 김상연 교수, 부산대 황성욱 교수·김태완 박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이슈 소유권과 프라이밍 효과'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가 발표한 공약이 어떤 후보의 것인지 명확히 분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대 대선 직후인 지난 4월 9일~15일 사이 포엠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050명에게 두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6개씩을 꼽아 각 공약을 어떤 후보가 내놓은 것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 중에서는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호 이상 공급,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로 등이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에서는 △311만 호 주택공급으로 내집 마련, △어르신·환자·장애인·아동·영유아 돌봄 국가 책임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등이 조사에 활용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공약의 주인을 정확하게 맞춘 비율은 46%에 불과해 단순 '찍기(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공약 판별 정확도는 49%,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정확도는 43%였다.
연구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선거운동 당시 언론 보도의 주요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공약(6235건)이 가장 빈번히 언급됐음에도 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공약에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운대 김상연 교수는 "대중들이 공약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각 후보 진영에서도 공약을 최대한 구체화하여 경쟁 후보와의 차이를 뚜렷하게 홍보하고, 언론은 이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황성욱 교수도 "미국은 오랜 기간 정책 선거 양상이 뚜렷하고 정책을 더 강조한 후보가 유권자에게 각인되어 승리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최근 우리의 대선은 주요 정책에 대한 인지보다 후보의 인물 특징에 의한 영향이 더 큰 듯하다"면서 "더욱 체계적인 정책 중심의 캠페인 전략과 선거 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권 공동의 노력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상세한 연구 결과는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PR학회 기획세미나 '정치 PR커뮤니케이션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