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8천원 사건'된 김혜경 '법카 의혹'…수사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법인카드 유용'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혜경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7만 8천원 사건'으로 규정했지만, 수사는 액수가 아닌 '모임의 성격'을 쫓을 것이란 분석이다.

모인 목적이 단순한 친목인지 선거운동의 일환이었는지, 김씨 측이 밥값을 내기로 한 자리였는지 등이 수사의 향배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다.

고작 7만8천원?…수사는 액수 아닌 모임 성격 쫓을 듯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중이던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식사를 했다. 자신의 식사비용(2만6천원)은 이 의원 캠프의 후원금으로 결제했다. 하지만 다른 3명의 비용(7만8천원)은 경기도 업무추진비 카드로 처리했다. 논란이 불거지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이를 놓고 김씨 측은 "'7만8천원 사건' 등 법인카드 관련 조사를 위해 경찰 조사를 받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방점은 '7만8천원'에 찍혔다. 관여하지 않은 일인데다, 문제삼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3일 오후 7시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정성욱 기자

하지만 수사의 핵심은 액수가 아닌 모임의 성격에 있다는 게 사정당국의 시각이다. 당선을 위한 식사 대접 자리로 해석될 경우, 액수와 관계없이 후보자 배우자의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밖에 있는 자나 기관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김씨가 자신의 식사 비용만은 이 의원의 캠프 후원금으로 처리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해당 모임이 선거운동을 위한 자리였다고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를 한 3인은 자연스럽게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자리에 민주당 국회의원의 배우자가 있었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다"며 "이들을 유권자로 해석한다면 후보자의 배우자가 유권자에게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선거법 113조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 측은 자신의 식사비는 캠프 후원금으로 처리했다고 밝혀왔는데, 논란의 식사자리를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인식했다는 방증"이라며 "그렇다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유권자가 되는 것이어서 경찰도 이 부분을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카드 달라도 결국 밥 산건 김씨 측"


경찰은 문제의 식사 자리에서 불거진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수사중이다. 당시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이자 공익신고자인 A씨는 김씨의 최측근인 배모씨의 지시를 받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용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밥값을 낸 사람'인 것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나머지 3명의 식사비는 캠프 후원금과 경기도 법인카드로 각기 다르게 결제됐지만, 결제를 한 주체는 결국 김씨 측이기 때문이다.

식사 자리를 만들고, 밥값도 내기로 했다면 사전에 카드 사용 등 내부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 출신이자 법무법인 평산의 강광민 변호사는 "결제된 카드는 다르지만 결국 밥을 산 건 김씨 측"이라며 "그렇다면 왜 다른 카드로 결제한 건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건 알았는지 등을 수사팀이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명이 밥을 먹었는데 자신의 몫만 캠프 후원금으로 결제했다면, 나머지 3명에 대한 결제 방식도 이미 정해 놨을 것"이라며 "다만 김씨가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수행원의 독단적 판단일지를 확인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4월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가져나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캠프나 경기도에서의 김씨 지위를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일반 회사를 예로 들자면, 부서 회식을 갔는데 자신이 대리 직급이라면 회식 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팀장이 개인 돈으로 내거나 회계담당자가 처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자신이 팀장이나 부장처럼 관리자 위치에 있다면 부서 비용을 지출할 땐 어느 카드로 결제하고, 추후 정산은 어떻게 되는지 다 꿰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자리를 마련한 김씨가 과연 법인카드 유용을 몰랐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법인카드를 유용한 기간이 길고 누적액이 크다면 김씨가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법인카드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김씨 측에 불리할 수 있다"며 "김씨 측의 주장대로 배씨가 일방적으로 카드를 유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李 "배씨의 카드 사용 확인"…고작 7만8천원에 조사받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씨 측은 줄곧 법인카드 유용을 부인해왔다. 알지도 못했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의원도 전날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페이스북에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카드는 배모 사무관이 쓴 사실이 확인됐다"며 "아내는 배씨가 사비를 쓴 것으로 알았고, 음식값을 주었다는 점도 밝혔다"고 올렸다.

이어 "(경선 당시)아내는 선거카드로 자기 몫만 냈고, 동석자 3인 몫(7만8천원)을 배씨와 제보자 A씨가 아내와 수행책임자에게까지 숨기며 법인카드로 결제했음을 보여주는 대화녹음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A씨가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도 이런 정황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서 배씨는 A씨에게 "2만 6천원 따로 결제할 거다. 12만원은 안 채워도 된다", "카운터에 가서 3명이 먹은 거 (결제를) 해달라고 해라"라고 말하는 등 법인카드 유용을 강요했다.

김씨 측 주장대로 이번 사건이 배씨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면 김씨는 '7만 8천원' 때문에 경찰에 소환되고 대중의 비판을 받은 피해자로 남는다.

한편 김씨는 전날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사건 주요 관계자 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김씨가 경찰 조사를 마치면서, 경찰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인 만큼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대선 3월 9일) 후 6개월'이라는 규정에 따라 사건은 다음달 9일 만료된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고, 검찰이 기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경찰은 이달 안에는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