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격언이 통하는 걸까. 올라올 팀은 올라오고(UTU),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는 말이 올해도 이뤄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t가 키움을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kt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원정에서 2 대 1로 이겼다. 연장 11회초 '돌아온 천재' 강백호의 결승타로 짜릿한 미소를 지었다.
2연승을 달린 kt는 올 시즌 4번째로 60승(47패 2무)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3위 자리에 올랐다.
먼저 60승에 도달한 키움은 이날 KIA와 홈 경기에서 3 대 12로 졌다. 49패째(61승 2무)를 기록해 0.5경기 차 4위로 내려앉았다. 키움이 4위가 된 것은 96일 만이다.
올 시즌 kt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 주축 타자인 강백호가 시즌 전 발가락 골절상으로 6월에야 돌아왔다가 지난달 1일 왼 허벅지 근육 파열로 빠지는 악재가 생겼다. 지난해 우승 주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도 교체되는 등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kt는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았다. 4월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시즌 초중반까지 8위에 머물며 우승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kt는 탄탄한 선수층으로 언젠가 순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적잖았다. 키움에서 이적해온 박병호가 홈런왕의 건재를 과시하며 타선에서 버텨줬고, 고영표와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 단단한 선발진이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kt는 시즌 중반부터 챔피언의 저력을 보이며 차츰 순위를 끌어올려 지난달 초 KIA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그러더니 후반기 16승 9패로 무려 8경기 차를 뒤집고 키움까지 밀어낸 것이다.
반면 키움은 전반기를 2위로 마쳤지만 후반기 뒷심에서 완전히 밀리는 모양새다. 후반기 7승 1무 17패로 10개 구단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당초 키움은 올 시즌 부실한 전력 보강에도 선전을 펼쳤다. 박병호의 이적으로 생긴 중심 타자 공백은 파워를 보강한 이정후가 메워줬고, 최고 토종 투수로 거듭난 안우진이 선발진을 이끌었다. 마무리 조상우의 공백도 문성현, 김태훈, 김재웅 등 집단 스토퍼 체제로 메웠다.
하지만 긴 시즌에 키움도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름을 넘기면서 힘이 빠진 키움은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졌다. 23일에도 좌완 에이스 에릭 요키시가 나섰지만 4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최근 10경기에서 키움은 2승 8패, 최하위 한화(3승 7패)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공교롭게도 kt는 8승 2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디펜딩 챔피언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마법사 군단과 전반기의 선전이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있는 영웅 군단. 과연 시즌 막판 이런 구도가 달라질 수 있을지, 굳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