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서울시에서 2011년 발표한 상습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이 당초 계획대로 설치됐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시장이 구상했던 '지하 저류시설' 계획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백지화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대심도 빗물터널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이같이 말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나라도 6~7월 장마철이 지나고 다시 폭우가 내리는 양상이 고착화되고, 전례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언제든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과 같은 근본적인 도시안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침수 우려가 큰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우선적으로 신월동과 유사한 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서울시를 재정적.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또 환경부에는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경보체계 구축과 물재해 방지 인프라 확충 등 치수(治水) 대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은 수영장 160개 분량의 물(총 저수용량 32만㎥ 규모)을 저장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지하 저류시설이다. 지난 2020년 8월 운영되기 시작한 이래로 인근 지역의 대규모 침수 피해가 없었다.
최근 호우가 집중됐던 지난 8~9일에도 총 22만5천여㎥를 일시 저류해 피해를 막았다.
윤 대통령의 이날 대심도 빗물터널 점검 일정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