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다가온다는 절기 '처서'인 23일 부산에서 첫 벼 수확이 시작됐다.
가뭄과 긴 장마를 잘 이겨낸 덕분에 올해는 평년보다 작황이 좋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죽동동의 한 들녘.
드넓게 펼쳐진 논 위로 고개를 숙인 황금빛 벼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 위로 육중한 몸집의 콤바인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논을 가득 메운 벼가 쉴 새 없이 빨려 들어갔다.
최근 쌀값 하락과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름이 깊던 농민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농민 김경양(70)씨는 "첫 수확을 하게 돼서 더 말할 것도 없이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하늘이 잘 도와준 덕분에 올해 농사가 잘 된 것 같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벼 수확은 지난 4월 19일 부산지역 첫 모내기 이후 125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보다 8일 빨라졌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는 봄철 가뭄이 심했던 데다 여름철 장마도 예상보다 길어져 농민들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생육 후기 기상 상태가 좋아졌고,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병해충 공동방제에 나선 덕분에 부산지역 벼농사는 평년보다 작황이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 김현구 주무관은 "올해는 작황이 좋았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물관리나 병해충 방제를 잘 해주면 풍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확한 벼는 부산시 조생종(표준 개화기보다 일찍 꽃이 피고 성숙하는 종) 재배면적의 64%를 차지하는 '운광벼'를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우량 품종인 '조영벼'다.
부산지역에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수확이 이뤄질 조생종 벼는 건조와 도정을 거쳐 햅쌀로 추석 밥상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