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권선구의 수원아이파크시티 아파트. 입주민 김수련(39·여)씨는 얼마 전 유치원생 자녀와 함께 놀이터를 갔다가 미끄럼틀, 계단 등 곳곳에 그려진 같은 형태의 무늬를 발견했다.
최근 입주민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봤던 이른바 '괴낙서'였다. 영문자와 화살표를 연상케 하는 표시들이 섞여 있어, 뭔가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아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김씨는 "누군가 지켜보면서 범죄 현장에 예고 표시를 한 것 같아 소름 끼친다"며 "상가 남자화장실에도 낙서가 발견돼서 공중 여자화장실까지 낙서하러 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곳곳 '낙서 미스터리', 주민 불안 고조
2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부터 지금까지 해당 아파트 단지 내 10여 곳에서 누군가의 사인처럼 보이는 동일한 모양의 붉은 색 또는 검은 색 낙서가 발견됐다.
1~9단지로 이뤄진 이 아파트 내 놀이터는 물론, 대형 조형물과 커뮤니티센터 벽면, 출입문, 데크, 동별 내부 복도, 공중화장실 등 공용 장소와 시설물에 그려진 상태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초반에는 작은 사인 형태였다가 화살표 등의 표식이 추가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 매직펜으로 시작해 래커 스프레이 등으로 크기도 더 커진 모양새다.
인근 다른 아파트의 버스정류장에서도 비슷한 낙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동선에 맞춰 특정인을 겨냥한 스토킹 범죄 관련 신호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이날 취재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입주민들의 낙서 목격담과 사진 제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무분별한 낙서가 점차 늘어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범죄 신호나 이단 종교단체 활동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입주민 정재진(31)씨는 "친구들과 산책하면서 아파트 구경도 많이 했는데 이젠 부끄럽다"며 "자고 일어나면 낙서가 늘었을까봐 여기저기 살피게 된다"고 토로했다.
5·6단지 입주자대표회의 김정윤(45) 회장은 "아동, 여성들 대상 범죄나 아이들 모방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라며 "공공재산 훼손에 대해서도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입주민 불안 해소 대책도 필요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접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 22일 수원남부경찰서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신고장을 제출, 현재 정식 입건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리사무소는 증거물 확보 등을 위해 당분간 낙서 현장을 보존하되, 추후 가해자가 확인되면 시설물 원상 복구비용을 사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동영상과 주민 진술 등을 통해 낙서를 한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CTV 화면에서 모자 쓴 남성을 포착했지만, 아직 용의자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상자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물손괴 행위자를 쫓는 것과 함께, 낙서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관리사무소나 지자체 등이 수사사항 공지 등을 통해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된다고도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범죄를 암시하는 것인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 등 낙서에 담긴 뜻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사안으로 무엇보다 주민 불안이 고조될 수 있는 만큼 단지 관리주체 등이 세심한 사후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아이파크시티는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수원에서 가장 큰 단지로, 미니신도시급 아파트로도 불린다. 모든 동을 합쳐 6600여 세대, 2만 2천여 명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