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배우 수지 주연작인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감독의 편집권을 침해하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며 공식 항의했다. 그러자 쿠팡플레이는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이 감독 측에 수차례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수용이 안됐고, 계약서 상 권리에 따라 편집했을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양측은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지난 21일 드디어 사태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이주영 감독 측이 쿠팡플레이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6부작 '안나'의 크레딧 이름 삭제 등을 약속했다는 입장을 낸 것. 그러나 이는 하루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쿠팡플레이는 22일 크레딧 이름 삭제는 맞지만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무엇보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오해를 풀었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주영 감독 측의 주장을 180도 뒤집은 셈이다.
이주영 감독 측 역시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쿠팡플레이의 총괄 책임자가 19일 직접 이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일곱 차례나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중하게 사과했고,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재편집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주영 감독에 대한 사과를 공개하자 쿠팡플레이가 돌연 태도를 바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공동입장문'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양측은 21일 '공동입장문'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2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회의에 불참한 후, '공동입장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입장문'을 배포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반박에 반박을 거듭한 양측 공방은 결국 '사과'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로 변질됐다. 사과 또한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중요한데 각자 유리하게 해석, 편집권 침해 여부와 연결 지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공방이 정확한 사태 규명 전에 대중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 '안나'의 편집권 침해 논란은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미 쿠팡플레이는 법적 조치를 통해 회의록을 포함한 증거를 제시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주영 감독 측도 쿠팡플레이의 행위를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며 형사 고소, 손배소(손해배상청구의 소)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