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먹구름'…인플레이션·경기둔화 또다른 변수되나

원달러 환율, 외환위기였던 2009년 이후 13년 4개월만에 최고치
美 연준 인사들의 잇딴 매파적 발언…强달러 견인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국내 물가 상승 압박
고환율로 수출 효과도 반감…경상수지 흑자폭 '반토막'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선 까지 넘어선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30포인트(2.25%) 내린 795.8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3.9원 오른 1,339.8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외 변수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소비둔화와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가운데 '고(高)환율'이라는 또다른 복병이 만난 셈이다.


장중 한 때 1340원도 돌파…13년4개월만에 최고치


연합뉴스

22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9원 급등한 달러당 1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340.2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이는 우리 경제 전반의 둔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상승폭을 추가로 올리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민감한 뇌관이 될 수도 있다.


美 연준 인사들의 잇딴 인플레이션 경고 발언


연합뉴스

이달 초 1310원대를 오르내렸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1298.3원(종가기준)으로 1300선을 하회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대외변수로 강(强) 달러 흐름이 다시 되살아나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은 전세계를 강타했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 참석자들은 "물가상승률이 계속 목표치(2%)를 훨씬 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거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후 "현재로선 9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 내년 금리 인하도 기대하고 있지 않다"(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띄었다.

미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바로 반응한 원달러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1320.7원(18일), 1325.9원(19일), 1339.8원(22일)으로 치솟으면서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 거라는 시장 기대와 달리, 이전처럼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26일 밤(한국시간)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도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매파적 메시지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달러강세·원화약세 높아져만가는 수입물가


황진환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나 상승했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더라고 원화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견인한다.
 
당초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엔 국내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6월까지 고공행진을 했던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이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가 높이는 고환율…수출 효과 반감


스마트이미지 제공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에 대응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 확대는 이자 부담을 키워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등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또 과거에는 고환율이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 경제에 일정 정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현재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가치 하락은 전반적인 수입물가를 높여 수출 증가효과도 반감시킨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다.
 
이달 20일까지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해 상승폭이 꺾였다. 반면 이달 1~20일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6월 경상수지는 56억1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억2천만 달러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 원화 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22일 "경상수지 변화 등 한국의 경제 체력에 기반해 환율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동기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상황에서 하반기 경상수지도 높은 수입물가 부담으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서비스수지 적자까지 더해지면 원달러 환율은 더욱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 체력 약화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을 감안하면 환율 흐름은 당분간 현 수준이거나 그보다 조금 높은 레벨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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