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초읽기에 몰린 모양새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측 주장에 따라 마지막 접대를 기준으로 앞선 접대까지 하나로 묶는 '포괄일죄'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까지 약 한 달 남짓 남았다. '기소 의견' 판단의 경우 검찰에게 서류 검토 등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경찰은 2~3주 안에 수사의 결론을 내야 한다.
만약 공소시효의 벽을 깨지 못해 '불송치' 결정이 나게 될 경우 "무리한 수사 였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 막바지까지 시간을 쓰고서야 끝난 수사를 놓고 '기우제식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왜 이렇게까지 내몰린 것일까.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시선이다. 경찰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특정 국회의원의 실명이 오르내린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결정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 두 사건의 명분을 강화할 중요한 계기인 경찰의 수사 결과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당 대표의 궐위와 전당대회의 실시라는 종착지를 향하고 있고, 이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간 단일화의 주요 협상 안건이었다는 설과 맞물려 마치 예정됐던 시나리오처럼 맞아 떨어지고 있다.
경찰이 '정치 공작'의 한 퍼즐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선 확실한 수사 결과가 절실하다. 유·무죄, 어떤 방향으로 수사가 귀결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되야 한다는 필요성이 명백해지는 대목이다.
'공소시효 벽' 깨기 위해 김성진 '입'만 바라봤는데…난감해진 경찰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 성 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관련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22일부터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등 일정 조율을 진행 중이다.이 전 대표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핵심 혐의는 성매매, 특가법상 알선수재, 범인도피 등이다. 이 중 범인도피는 국민의힘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이 핵심 피의자다. 경찰은 김 전 정무실장 소환을 시작으로 그 주 내에 성매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마지막 '추석 선물'의 시점이 2015년 9월이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 입증을 가정한 공소시효는 오는 9월까지다.
다만 피의자들과 일정 조율이 안돼 조사 시점이 각각 조금씩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피의자가 거절한다면 당장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 세 차례 이상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 체포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초읽기에 몰린 와중에도 일정 조율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친 셈이다.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이라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성 접대 시점인 2013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미 2018년 시효가 만료됐다. 남은 혐의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인데, 이 또한 공소시효가 7년이다. 김 대표는 성 접대의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주선(알선)을 언급했는데, 만남이 이뤄진 시점이 2013년 11월인 점을 감안하면 역시 공소시효는 2020년 11월까지였다.
초기 폭로가 터진 후 공소시효가 문제가 되자 김 대표 측은 2013년 성 접대를 포함해 2015년까지 스무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접대를 했으며, 마지막 접대를 기준으로 '포괄일죄'로 묶으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접대의 대가(알선)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2013년 11월 이뤄졌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전체 접대를 하나로 묶으려면 마찬가지로 이 전체 접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대가(알선) 행위가 있어야만 하는데, 중간에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그 이후에 발생한 접대는 법률적으로 하나로 묶이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경찰은 김 대표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어졌다. 전체 접대를 하나로 묶을 이 전 대표의 대가(알선) 행위가 김 대표 입에서 나와야 공소시효의 벽을 깨트릴 포괄일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이뤄진 마지막 조사에서 김 대표는 오히려 포괄성을 깨트리는 진술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이뤄진 접대는 다른 청탁을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이다. 2014년 이 전 대표를 두 차례 만나 각각 195만원, 100만원어치 음식값을 지불했는데, 이때는 SK 최태원 회장 사면 추진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2015년 설 선물과 추석 선물 등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관계 유지'가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1월 이른바 '수첩 파동'으로 인해 '박근혜 키즈'에서 '비박계'로 정치적 위상이 바뀌었고 정치적 입지도 줄어들게 됐다. 이에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이후엔 별다른 대가를 바라고 준 선물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종합하면 '접대-대가'는 크게 '2013년 접대 -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2014년 접대 - SK 최태원 회장 사면 추진', '2015년 접대 - 최소한의 예의와 관계 유지'로 세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포괄일죄 적용의 핵심인 '단일한 범죄 의사'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각각 다른 목적으로 접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건 2015년 접대 부분인데, 이때는 대가성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아 이 부분만 떼어서 처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 내부선 '여권 실세가 경찰에 직접 접촉한다'는 볼멘소리도
경찰은 올해 1월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뒤 약 8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처음부터 공소시효 도과 등 난관이 존재했음에도 빨리 결론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사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실제 핵심 참고인인 김 대표에 대한 첫 조사가 수사에 착수한지 6개월이 넘은 시점인 6월 30일이 되어서야 이뤄졌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의 징계가 의결됐다. 경찰 수사의 시계가 정치 흐름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후 참고인 조사때마다 변호인을 통해 혐의와 관계 없는 진술 내용도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는 지난 6월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한 김광호 서울청장이 수사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다른 사건은 압수수색하면서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도,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수사 책임자인 당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총경)에게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증폭됐다.
당시 김 서울청장은 "유튜브에서는 죄가 된다는데,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한 것 맞느냐"란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수사를 독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김 서울청장은 해당 시점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을 때였다.
이에 대해 김 서울청장은 "서울청 전체의 인지수사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물었고, 전체적으로 수사가 지체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수사 간부들이 자신감과 당당함을 갖고 수사하라고 말한 것"이라며 "이 대표 사건 외에 10여가지 사건을 함께 언급했다"고 해명했다. 적체된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인지수사능력을 높이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후 수사 책임자인 강 대장이 정기 인사에서 서울 성동서장으로 발령 나면서 '좌천성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서울청장은 "상당 기간 연속 근무했고, 나갈 타이밍이기에 다른 어떤 고려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여권 실세,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리는 이들이 경찰에 직접 접촉까지 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 윗선을 넘어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소시효 문제로 결론이 '공소권 없음' 등으로 불송치 결정되더라도 고발인에게 통보하는 '불송치 결정서'에 적힐 사유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결정서에는 제기된 혐의에 대해 경찰이 확인한 사실관계와 판단 등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소시효 도과로 형사 처벌은 불가하더라도 적힌 내용에 따라 정치적인 타격 등은 가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