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80cm 빨간 부츠가 가져온 기적…킹키부츠

CJ ENM 제공
"무대 완전 찢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선 웃음과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커튼콜이 끝났지만 관객들은 아쉬운 듯 공연장을 빠져 나가면서 무대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곳곳에서 "진짜 신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는 쇼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편견과 억압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겨운 넘버(음악)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1979년 영국 노샘프턴의 신발공장에서 있었던 실화를 무대로 옮겼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그 해 토니어워즈에서 6관왕(작품상·음악상·남우주연상·편곡상·안무상·음향디자인상)에 올랐다. TV 다큐멘터리(1999)와 영화(2005)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2014년 초연했다. 올해 5번째 시즌(2016·2018·2020)을 맞았다.

CJ ENM 제공
이야기의 중심에는 킹키부츠(남자가 신는 80cm 길이 부츠)가 있다. 1979년 극심한 경기 침체로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은 경영이 악화하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린다. 찰리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공장도 마찬가지. 고심하던 찰리는 여장남자(드랙퀸) 롤라의 제안으로 킹키부츠를 제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전략이 적중하면서 찰리의 공장은 유일하게 살아 남는다.

찰리를 비롯한 공장 식구들이 롤라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걷어내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공연의 핵심 메시지다. 자신이 사랑하는 하이힐과 춤을 선택해 '복서가 되라'는 실패한 복서 아버지의 억압에 저항하는 롤라의 모습은 통쾌함을 안긴다.

1980년대를 풍미한 팝스타 신디 로퍼가 만든 넘버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요소다. 솔로 넘버는 극중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주고, 출연진이 함께 부르는 넘버는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신디 로퍼는 이 작품으로 여성 작곡가로는 최초로 토니어워즈 작곡상을 수상했다.

빨간색 하이힐 부츠를 신고 추는 춤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특히 전원 남성 배우로 구성된 엔젤들이 여장을 한 채 컨베이어 벨트에서 선보인 군무 장면에서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다.

이석훈은 이미 검증된 가창력은 물론 한층 발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찰리(김성규·신재범·김호영) 역을 십분 소화했다. 강홍석은 '원조 롤라'답게 압도적인 무대장악력을 보여줬다. 강홍석을 비롯 롤라(최재림·서경수) 역 배우들이 모두 눈에 띄게 건장한 체구를 지녔다는 점이 재밌다. 찰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열혈 공장직원 '로렌'은 나하나·김지우·김환희가, 불같은 성격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공장직원 '돈' 역은 고창석·심재현·전재현이 맡았다.

공연 말미. 넘버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에 이어 '저스트 비'(Just be)가 흐르는 가운데 롤라가 '행복하게 사는 6가지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만을 위한 행복의 법칙을 찾는 시간이 되었길. 공연은 10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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