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일제 강제동원 보상'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주권을 대신 우려해줬을 뿐 아니라, 행위의 불법성을 경감해주는 표현을 썼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해법을 묻는 일본 기자에게 "강제 징용은 이미 우리나라에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고, 판결 채권자들이 그 법에 따른 보상을 받게 돼 있다"며 "다만 그 판결을 집행해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이 '보상'이라고 거듭 표현한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A씨는 "일본 극우는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배상이라는 단어 대신 보상을 쓴다"며 "윤 대통령이 헷갈려서 보상이라 말한 게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배상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은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다로 구분된다. 특히 해당 판결과 관련해 "법학에서의 '배상'과 '보상'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돼왔다.
지난 2019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다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되지만, 한국인 개인이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개념을 혼용해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완료되었다'는 근거를 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보상'이라 표현한 것이 일본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단어 선택에 있어 고의성이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률적으로 잘못 쓴 표현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의미를 축소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썼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단어 사용 실수 정도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일본 주권' 언급에 대해선 "한국 사법부에서, 우리 영토 내에 있는 기업 자산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절차가 어떻게 (일본) 주권 문제일 수가 있나"라며 강력 성토했다.
그는 "이는 말 실수가 아니라 전혀 아닌 것"이라며 "일본조차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오히려 그렇게 격상시켜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