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신생 채널에 편성돼 처음에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곧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러 채널을 찾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1회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에 그쳤던 '우영우'는 반등에 반등을 거듭해 18일 최종회에 최고 시청률 17.5%를 돌파했다. 감수성 높은 현실 인식을 통해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인사법이 유행했고, 문화재청은 '우영우'에 등장한 창원 북부리 팽나무(보호수)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에 나섰다.
무엇보다 우영우가 마주하는 각 에피소드 속 사건들이 막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실제 사건집을 참고한 문지원 작가는 자폐인을 넘어 여성, 아동, 성소수자, 탈북민 등 소외된 약자부터 공정 담론 등 논쟁적인 화두까지 중심에 가져왔다.
일단 엘리트들이 모인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우영우가 자신의 자리를 찾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자폐인을 향한 편견을 깨는 순간들이었다. 우영우는 '자폐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법조인들에 맞서 자폐인이라 가능한 관점과 방식으로 변호를 전개해 나간다.
물론 주인공 우영우는 '고기능 자폐'라는 다분히 극적인 설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친형 살해 혐의를 받는 중증 자폐인 캐릭터를 등장 시키면서 나름대로 자폐인의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
여기에 아역 시절부터 다져 온 박은빈의 탄탄한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박은빈과 함께하기까지 1년이 걸렸던 제작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던 셈이다.
지난달 열린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식 PD는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 되지 않은 장면이 없을 정도"라며 "우영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처음에 박은빈이 고사했을 때도 성사가 안되면 프로젝트가 어렵지 않나 생각했다. 박은빈처럼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부담을 가질 만큼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그러나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기다렸다"고 전했다.
박은빈의 장점에 대해서는 "배우의 색깔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는, 배역마다 사람이 바뀌는 정도의 집중력과 기본기를 가진 배우가 흔하지 않다. 그러면서 많은 대사량과 타이틀롤 비중을 소화하는, 주인공으로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위치에 있는 배우로 거의 유일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영우의 절친 최수연(하윤경 분)을 향해서는 "우영우가 강자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가 자폐인이라 공격하면 안 된다. 늘 배려하고 돕고 양보해야 한다. 우영우가 약자라는 건 다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와 '양보'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일각의 논리와 닮은꼴이다.
반면 최수연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음에도 '자폐인'이기에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우영우의 '현실'이 곧 '차별'임을 지적한다.
문지원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캐릭터 설정에 대해 "대형 로펌 공간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주변 인물들은 어떤 심경일까 생각했다. 우영우를 둘러싼,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을 보여주려고 했다. 뭘 말하려고 하면 시청자들이 쉽게 시시함을 느끼기에 최대한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시청자의 판단에 맡겼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정체 되면서 '뒷심'이 약해지기도 했다. 기존 '우영우'가 가진 법정 드라마의 매력을 살리기 보다 통속극 요소 비중이 커져 내용이 산으로 갔다는 것. 출생의 비밀부터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 분)·최수연과 권민우의 러브라인, 우영우의 멘토였던 정명석(강기영 분)이 갑자기 위암 3기 판정을 받는 전개 등이 오히려 우영우 캐릭터와 작품의 본질을 흐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허구적 창작물인 '우영우'의 실질적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영우'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거나 외면해왔던 문제들을 전면에 배치해 사회 구성원들 사이 새로운 논의를 촉발했다. 어쩌면 '우영우'의 가장 큰 모험이자 용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영우'를 이끈 유인식 PD의 말처럼 이 너머는 현실의 우리들에게 달렸다.
"어찌 보면 동시대 우리가 고민할 만한,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로펌 한바다를 찾아 옵니다. 캐릭터들이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답을 내는 이야기이지만 정답도 아니고, 모든 이들이 동의할 만한 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게 드라마의 한계이고,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이죠. 나머지는 현실 세계에서 논의, 토론하는 과정입니다. 정답 없는 문제들, 소수자 소재의 드라마가 대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나오는 풍요로운 이야기들은 만든 사람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무겁지만 행복하고 영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