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고 부르던 층간소음, 이번에는 잡힐까

정부, 층산소음 차단 위해 종합대책 발표…이미 지은 집엔 소음매트, 지을 집엔 성능검사 강화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 "층간소음 해소 위한 노력 충분히 혜택으로 돌아올까"
전문가 "기둥식 구조에 관련 규제 강화하면 소음 줄어들 것" 강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LH 주택에서 관계자의 층간소음저감매트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강력범죄까지 부르는 층간소음을 잡겠다며 종합 대책을 제시했다. 이미 지은 아파트부터 새로 지을 집은 물론, 중장기 과제까지 아우르는 대책인데, 건설업계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층간소음을 크게 줄인 것이 확인된 건설사에는 각종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후속조치다.

주요 고리는 지난 4일부터 시행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의 성능검사다. 그동안 실험실에서 미리 층간소음 성능을 평가했는데, 사후확인제도 도입 이후부터는 아파트를 다 지은 뒤 사용검사 승인 단계에서 층간소음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성능검사 결과가 우수한 기업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내는 분양보증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하고, 높은 등급을 받은 고성능 바닥구조를 사용하면 분양가를 가산하도록 한다.

또 바닥두께도 210mm 이상 추가 확보하면 분양가 가산을 허용할 뿐 아니라, 바닥 두께가 두꺼워져서 층간 높이가 오르는 점을 고려해 용적률의 불이익이 없도록 건축물 높이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미 지어진 주택의 경우 소음저감매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최대 300만 원까지 융자를 지원한다. 저소득층은 무이자로, 중산층에게는 1%대 낮은 이자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중장기 과제로는 현재 공동주택에 흔히 사용하는 '벽식구조' 대신 층간소음 차단에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라멘구조'를 사용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라멘구조를 비롯해 바닥두께, 층고 등 층간소음에 관한 요인을 심층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기준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소음매트는 원목마루 등에 장기간 두면 습기가 쌓여 바닥이 상할 수 있다"며 "층간소음으로 골치를 앓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는 대개 전세·월세로 살 텐데, 집주인과 갈등을 빚을 수 있어 매트 설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당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슬라브를 두껍게 짓는 등 구조를 바꾸려면 자재부터 작업량, 시공기간이 다 움직여서 공사비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한 공사비 상승분을 정말 정부가 제대로 반영해서 지원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외주 시행사의 경우 이미 투자한 돈이 있기 때문에 주택 건설로 얻을 전체 이익이 정해져 있는데, 막상 분양가 산정에서 가산 효과가 미미하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조합 사업인 경우에도 조합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LH 주택에서 입주민들과 층간소음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어붙은 분양시장도 문제다. 최근 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국면을 맞으면서 분양시장도 얼어붙은 마당에 굳이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반영하면서까지 분양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C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지만 '가성비'의 문제가 있다. 집을 잘 지어도 시끄러운 이웃이 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외출이 잦거나 점잖은 이웃이 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층간 소음"이라며 "혜택이 확실치 않은데 공사비가 더 올라도 괜찮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꼼꼼하게 대책을 수립한다면 층간 소음을 어느 정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 '라멘 구조'가 대표적인 해법이다.

벽식 구조는 콘크리트벽이 기둥 역할을 해서 건물의 무게를 버티는 구조로, 흔히 말하는 '내력벽'이 이것이다. 벽과 바닥 슬래브 공사가 간편해 경제적이지만, 위층에서 바닥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바닥판과 벽체를 타고 소음이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일각에서는 벽식 구조 대신 정부가 제시한 기둥식 구조를 선택하더라도 소음 저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벽 대신 기둥으로 하중을 버티기 때문에 바닥판으로만 소음이 퍼져 층간 소음은 줄어들지만, 비교적 벽 두께가 얇기 때문에 옆집간, 혹은 집 안의 방과 방 사이의 소음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안전협회 기술연구원 최용화 원장은 "최근 건설사들이 주거용 건물에 주로 사용하는 기둥식 구조는 '라멘 구조'가 아닌 '무량판 구조'"라며 "보 없이 기둥만 있는데, 내부를 경량 칸막이만 써서 구분하기 때문에 세대간 혹은 방과 방 사이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양관섭 선임위원도 "기둥식 구조가 인접 세대 간의 차음 성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기둥식 구조가 아닌 건식 벽재의 문제"라며 "석고보드 안에 흡음재를 넣는데, 이 때 차음구조 인증기준 안에서도 얼마나 좋은 성능의 제품을 쓰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양 선임위원은 "기준을 겨우 만족한 최저수준의 벽재를 이용하면 벽식구조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150mm 컨크리트 벽의 소음은 45~50db 정도인데, 건색 벽재의 최소기준은 60db로 더 높기 때문"이라며 "기둥식 구조를 도입하되 벽재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와 건설업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 원장은 "국토부가 건설공사의 시공, 설계, 감리를 운영하는데 정작 생활 소음은 다 지은 후 환경부가 관리한다"며 "처음 건설 공사할 때부터 잘 만들면 위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뛰어내려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정작 층간소음 주무 부처가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아쉬워했다.

양 선임위원은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진심으로 대응했느냐도 돌아봐야 한다"며 "바닥충격음은 시공 품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바닥 슬라브를 직접 측정하면 처음 정한 두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사후측정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설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건설업계가 적극적으로 소음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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