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줄사표' 인력난 공수처, '병가 갈등' 폭발에 부장 사표까지

병가 놓고 부장·소속 검사 갈등 공개된 뒤 부장검사 사표
부장검사, 해당 검사에게 보낸 이메일 공개되자 경위 해명
지휘부는 사표 만류 후 수사 3부장 겸임 해제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최석규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기 직전 같은 소속 부서 검사와 병가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사실이 확인됐다.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가 인력 유출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자 수술을 위한 병가 문제까지 구성원들의 극단적 갈등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의 최석규(사법연수원 29기) 수사 3부 부장검사는 이번 달 초 김진욱 공수처장에 사의를 표명하기 전 공수처 검사 다수에게 자기 부서 소속 A검사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에 대해 해명했다. 문제는 수사3부 소속 A검사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검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약 1년 동안 무릎 통증에 시달리던 A검사는 병원에서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검사는 최 부장검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병가를 신청했지만 최 부장검사는 병가를 쉽게 재가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사 3부 검사 2명의 연이은 사표로 수사 인력의 절대 부족 상황이 이어진데다 A검사의 병가까지 겹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3부는 지난 6월 문형석(36기) 검사, 7월에는 김승현(42기) 검사마저 사표를 내면서 수사 검사 수가 A검사를 포함해 3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 부장검사는 A검사와 면담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시키고 병가를 마친 뒤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은 '논의'였지만 최 부장검사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A검사에게 병가를 내기 위해서는 지휘부 결재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최 부장검사와의 면담과 이메일에서 압박을 느낀 A검사는 공수처의 다른 검사와 메일을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고, 이 검사는 최 부장검사가 보낸 메일에 '업무 처리도 중요하지만 아픈 사람에게 이렇게 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덧붙여 최 부장검사를 포함한 다수의 공수처 검사들에게 발송했다. 최 부장검사는 자신의 메일이 공개되자 당시 상황과 경위를 메일을 공유한 검사들에게 해명했다.

공수처는 최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만류한 뒤 수사 3부장 겸임을 해제했다. 최 부장검사는 수사 3부장과 공소부장을 겸임해왔다. 당시 공수처는 출범 후 2개 부서장직을 겸하는 바람에 업무 부담이 누적돼 온 상황에서 개인적 사정까지 겹쳐 수사 및 수사 지휘 업무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최 부장검사의 사표 이유를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병가 문제로 인한 논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검사가 병가를 냈을 때 반려를 한 게 아니다"라면서 "부장검사로서 병가 문제를 듣고 고민할 수 밖에 없으니 이에 대해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병가를 언제부터 가야 한다는 보고가 분명히 되지 않아 진행 중인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다가 언성을 높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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