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110년 만에 가장 많은 폭우가 내린 가운데 중국 창장(양쯔강) 일대는 60년 만의 대가뭄으로 식수난과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년 전 폭우로 창장 유역 일부가 범람하고 세계 최대인 싼샤 댐 붕괴설까지 제기됐었고 지난해 이맘때는 1백여 개 하천에 홍수경보가 발령됐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창장 일대는 우기인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 이상 지속된 고온과 가뭄으로 강바닥이 갈라지고 연결된 담수호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국영 CCTV에 따르면 중국 수자원부 산하 창장자원위원회는 창장 중하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6일부터 쌴샤 댐의 수문을 열어 5억㎥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창장 일대의 강우량은 7월부터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8월 초에는 평년 대비 60% 감소했다. 창장 중하류의 둥팅호와 푸양호의 수위는 관측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충칭 남서부의 창장 상류의 50개 이상 되는 지류는 물이 흐르지 않고 24개 저수지도 고갈됐다. 충칭시 정부에 따르면 31개 구와 현에서 60만 명 이상이 가뭄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쓰촨성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가정과 사무실, 쇼핑몰에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540만 명이 거주하는 다조우지역에는 18일 몇 시간씩 정전이 반복된다는 통지가 내려졌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주거용 및 상업용 전력 제한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가뭄은 중국 서남부 지방의 산업생태계도 위협하고 있다. 전력 생산의 80%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은 지난 15일부터 리튬 비료 및 기타 금속 생산업체에 공장을 폐쇄하거나 생산량을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쓰촨성에는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등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공장들의 조업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지속된다면 전력 위기가 쓰촨성에서 전기를 구매하고 있는 저장성과 장쑤성 같은 동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기상청은 남부지방의 고온현상은 24일부터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