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로 붕괴된 '극동아파트 옹벽' 복구 작업을 놓고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우선 긴급재난상황인만큼 관할 구청에서 담당한다는 입장이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수해 주민들은 무너진 옹벽의 복구 작업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복구 작업 책임이 행정안전부에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아파트 내에 마련된 '동작구 통합지원본부'에서는 주민들의 민원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아파트 주민 40대 남성 A씨는 "도대체 옹벽 복구 작업은 언제 시작하느냐"며 "구청에 물어보면 행안부에서 공문이 안왔다고 하고, 행안부에 물어보면 공문을 내렸으니 집행할 거라고 한다. 피해 주민을 두고 서로 확답을 피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당장 월요일부터 이번에 왔던 비보다 훨씬 많이 내린다는데 지금 공사 시작도 안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드러누워야 움직일 것이냐"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9시 30분쯤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약 20m 높이의 아파트 옹벽이 붕괴되면서 인근 105·107동 주민 약 554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이들은 사당종합체육관, 동작중학교, 외부 숙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 홍모씨는 "지금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옹벽 복구 작업의 책임을 두고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행안부인지, 서울시인지, 동작구청인지 아니면 아파트 관리소 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이 서로 '핑퐁 게임'하면서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홍모(63)씨는 "책임 소재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비가 더 내린다는데 포클레인은 그냥 멈춰 서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이 발생한만큼 당장 사후 조치는 구청에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파트 내의 옹벽이라면 특정한 개인의 사유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재산으로 관할 구청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도 긴급한 재난상황인만큼 당장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평상시의 아파트 옹벽 관리는 사유지로서 아파트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우선 지금 긴급재난상황이라서 긴급적인 조치는 구청에서 한다"며 "비가 또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당장 옹벽을 철거하는 작업보다는 산사태가 없게끔 조치하는 사면 안정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상황이 아니라 평상시 아파트 옹벽 문제에 대해서는 아파트 사유지로서 구청에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구청은 주기적으로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아파트 관리소에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옹벽 철거 작업 등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주민들 불만에 대해 "공사 전문가들이 현장을 점검했는데 당장 철거를 하기보다 배수 등 공사를 먼저 해야한다고 판단했다"며 "또 비가 많이 온다는데 그럼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공사 계획을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한편 이 아파트 옹벽은 행안부의 급경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급경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1년에 3번 이상 전문가의 안전 점검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가 안전 점검을 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사유지라고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급경사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1년에 3번씩 검토해주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관리를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며 "이제 와서 무너졌으면 개인 소유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터진 지형이 계곡부로 물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정부가 지질과 지형에 맞게 관리하도록 해야 앞으로 이런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