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주차장에 방치…미 교민들 뿔났다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한 소녀상. 제막식이 연기되면서 애틀랜타 한인회관 주차장에 방치돼 있다. 라디오코리아 제공

평화의 소녀상을 8.15 광복절에 맞춰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관 내에 세우기로 했던 계획이 일부의 반대로 연기되면서 교민 사회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관련기사 참고)
 
12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한인회 등에 따르면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소녀상의 한인회관 건립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중인 서명운동의 취지문에는 "8월15일 제 77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맞춰 애틀랜타 한인회관 마당에 건립 예정이던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일부 한인회 자문위원들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적혀있다. 
 
이어 "소녀상 건립이 한일정부의 대화무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은 설득력이 있지 않으며, 평화의 소녀상은 정치적인 상징물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 및 후세에게 전하는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본 동의서를 통해 조지아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소녀상 건립 지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돼 있다.
 
애틀랜타 교민 900여명이 참여중인 '단톡방'에는 서명운동 동참을 인증하는 글과 함께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꾸짖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미쉘 강 씨는 "소녀상을 세우려는 이유는 한인 후세들에게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처참히 짓밟혔던 우리 소녀들의 역사적 실상을 알리고 나라가 온건하지 못하면 우리들의 딸, 누나, 언니, 동생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라면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참담한 역사를 겪은 조국의 딸로서 소녀상은 반드시 한인회관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썼다. 
 
익명의 교민은 "아니 일본회관도 아니고 우리 한인회관에 소녀상 세우는 일인데 왜 서명을 해야 하냐"며 "반대한 몇 분 무시하고 그냥 원래대로 우리 한인회관에 세우면 안되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교민도 "당연한 일을 서명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통탄스럽다"고 개탄했다.
 
광복절 소녀상 건립을 공식 결의했다가 일부 전직 한인회장들의 반대로 건립을 잠정 보류한 한인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모영 씨는 "전직 회장님들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겠지만 현 회장님의 결단력과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며 "조언정도의 참고야 감안 하겠지만 이미 결정이 되어졌던 일을 다시 번복해야 할 만큼 전직회장단님들의 의견이 중요했냐"고 다그쳤다.
 
김호일 씨는 "역사와 현실 인식에 몰지각한 일부 인사와 무능력한 지도부로 인해 이런 일이 빚어졌다"며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한 일이다"며 애석해했다.
 
한편, 6월초 한국에서 출항해 2개월 만에 미국에 들어온 소녀상은 이날 오전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도착했다. 
 
당초 계획대로 광복절 제막식에 맞춰 선적 날짜를 맞췄지만 제막식이 무기 연기되면서 당분간은 한인회관 주차장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애틀랜타 한인회장을 역임한 김일홍 씨 등 5명은 지난달 28일 전현직 한인회장 간담회에서 △화해와 화합에 방해된다, △미국에서 소녀상 설치를 민감하게 본다, △한인들은 관심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한인회관 내 소녀상 설치에 반대했다. 
 
한인회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소녀상 설치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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