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우의 한 해는 그야말로 '열일'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합류부터 올해 KBS 2TV 수목드라마 '징크스의 연인'과 JTBC 토일드라마 '클리닝 업'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 고정 출연 역시 새로운 변화였다.
특히 위기에 처했던 '달이 뜨는 강'과 '1박 2일'에서 나인우는 '구원 투수'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나인우를 향한 신뢰와 바른 이미지는 이런 경력에서 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방송한 '징크스의 연인'과 '클리닝 업'에서도 나인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징크스의 연인'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졌지만 책임감 강한 공수광 역을 맡아 설레는 로맨스와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펼쳤고, '클리닝 업'에서는 순애보 '너드' 청년 이두영 역으로 변신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나인우는 스스로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연기 이야기를 할 때는 생기 가득한 얼굴과 반짝이는 눈에서 배우로서의 뚝심을 엿볼 수 있다. 쉽지 않은 필모그래피 속에서 그는 한 뼘 더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다. 다음은 지난달 서울 성수동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한 나인우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A 뮤즈 느낌은 모르겠다. (웃음) 제가 갖고 있는 밝은 기운, 뭐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고 하셨다. 대본 초고와 원작을 봤는데 재미있었고, 감독님이 왜 저를 원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저를 많이 믿어주신다.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주셔서 여기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했다.
사실 감독님이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리더십이 강한 분이라 '달이 뜨는 강'도 다 데리고 마무리 하실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엔 연기적으로 보면 저도 많이 아쉽지만 상황이 그랬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할 시간도 많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 때보다 훨씬 자유롭게 뛰어 놀았던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게 있어도 제가 조금 아이디어도 내보고 그랬다.
Q 촬영장에서 '비타민' 같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더라. 실제로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좋은 사람들이라 다가간 거지, 아니었다면 티는 안내겠지만 친하게 지내진 않았을 지도 모른다. (웃음) 그만큼 좋으신 분들이라 분위기가 유독 좋았다. 동생인 배우들에게는 저도 겪어온 시절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장난을 좀 많이 쳤고, 슬비 역의 서현씨와는 성향이 완전 반대였는데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니 호흡이 더 잘 맞아서 시너지가 생겼다. 서현씨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말도 잘하고, 자기 감정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배우라면 저는 약간 맴돌면서 물 흐르듯이 있다가 잠깐 의견 내고, 상대방에 맞춰주는 성향이 강하다.
Q '클리닝 업'도 비슷한 시기 방송을 했다. 공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두영 역으로 순박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비중이 크진 않았다. 그럼에도 끌린 이유가 있을까. 예능 고정 출연 중인 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러브라인을 그렸던 전소민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A 제가 안 해본 캐릭터여서 진짜 말 그대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네임 밸류'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좋다. 도전은 무섭고 떨리지만 해내고 나서 주위에서 인정해줄 때 마음이 이상해진다.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싱숭생숭한 마음이 된다.
(정)소민이 누나랑은 예능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일상적인 이야기, 장면이나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가 듣기로 소민 누나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는데 금방 친해졌고 말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재미있게 찍었다.
A 시청률은 솔직히 기대를 안 했고,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모든 분들이 함께 고생하고 최선을 다해서 나온 작품이라 만족하는 분들도 계실 거고 보시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다 잘되면 좋지만 세상이 그런 게 아니라…. '징크스의 연인'은 언제든지 편하게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남고 싶다.
Q 상대방에게 맞추는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연기를 하다 보면 그래도 자기 고집이 생길 때가 있을 것 같다
A 제가 혼자 있을 때는 판단과 결정을 잘 내리는데 사람들하고 있으면 우유부단해진다. 웬만해서 '아닌 게 없다'. 의견이 부딪힐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짧은 시간 동안 곱씹어 본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의도였는지 파악하고 나면 중간 접점이 생긴다. 그걸 소통하면서 연기 하면 서로 원하는 게 나온다. 의도가 명확히 들어가거나 캐릭터가 보여야 될 때는 감독님 디렉팅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Q 듣다 보니 MBTI가 궁금해진다
A INFJ, '인프제'다. (웃음) 연기할 때는 책임감이 병적으로 있어서 뭔가 맡으면 꼭 해야 된다. 컴퓨터, 기계를 좋아하는데 전날 꽂힌 물건이 있다면 그것도 무조건 사야 한다. 저에겐 다양한 면이 있다. 캐릭터에 새로 도전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 딱 결정하고 나면 직진이다. 그런 일을 떠나면 우유부단하긴 하다.
A 이 직업이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공백기에는 경험을 쌓고 공부를 했다. 일이 많든 적든 똑같은 강도로 생각해서 움직이니까 '내가 이만큼 해내고 있구나' 싶기도 한데 나이가 드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Q 신인 때에 비해서 지금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
A 신인 때는 내 감정이 너무 크고 중요했다. 상대가 있어도 여유가 없다. 원래 서로 오가는 상호작용 속에서 배합이 돼서 관계성이 생기고 신이 만들어 지는 거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조금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상대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이유가 뭔지 납득이 되면 저도 거기에 맞게 연기를 하거나 다른 생각을 내서 배합을 하거나, 생각이 그렇게 변했다.
Q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합류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지금은 적응이 다 끝났나. 당시에도 논란 이후 구원 투수로 합류해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A 부담감보다는 폐를 끼치거나 내가 괜히 들어가서 불편하게 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제일 많았다. 아직도 그렇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상 강도만 약해지는 거지 어쩔 수 없다. (웃음) 항상 떨리고, 긴장이 된다. 많이 준비해가도 떨리고 현장성에 맡길까 싶어 덜 준비해가도 떨린다. 연기와 마찬가지다. 제 성향인 거 같다. 그래도 이제는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1박 2일'은 형들이 저를 더 편안해 하고,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점점 갈수록 느껴졌다. 처음에 형들이 낯을 가린다고 들었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빨리 친해졌다. 말투로 놀리고 그런 것도 다 관심이고 애정이다.
A 같은 샵을 다닌다. (김)종민이 형은 워낙 유명하고 원래 선배들한테는 안면이 없어도 인사를 한다. 그렇게 얼굴을 트고, '라디오 스타'에 갑자기 같이 나오게 됐는데 '1박 2일'에서 만났다. 종민이 형이 제일 반겨줬다. 쉬는 시간이나 취침 전에 소소한 토크를 하는데 되게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준다. 제가 생각에 휩싸여 있으면 '다 겪었는데 아무 소용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들을 많이 해준다. 저희끼리 인연이 신기하다고 말을 몇 번 하긴 했다. 저는 종민이 형 웃는 게 예뻐서 좋다. 그런데 제가 (종민이 형과) 왜 닮았나? (웃음)
Q '나 혼자 산다'에서 보면 살림이 상당히 간소하던데 요즘도 그런 상태를 유지 중인지. 그 와중에 또 기타에 대한 애정은 엄청 나더라
A 제가 워낙 집돌이라 사람은 가끔 만나러 나간다. 집이 있을 거 다 있고 좋다. 이번에는 에어컨을 새로 샀다. 처음에는 선풍기로 버텨 보려고 했는데 안되겠더라. 에어컨은 사면 몇 년은 써야 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웃음) 밥상은 아직 없다. 그냥 그렇게 산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니멀한데 기타가 6대니까 미니멀은 또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는 기타 치면서 한다. 집중력이 최대치로 올라가고, 잠시라도 고민을 잊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생각이 좀 정리가 된다.
Q 상당히 '착하고 바른, 순박한' 이미지가 강하다. 캐릭터 확장 때문에 이런 이미지들이 고착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본인은 어떤지
A 사실 제가 '상남자'다. (웃음) 거부감이 들거나 싫거나 그런 건 없다. 그런 모습도 분명히 있다. 캐릭터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고민을 많이 하니까 만약 연기할 때 그런 이미지가 보인다면 제가 더 노력을 해야 되는 것 같다. 조금만 보인다면 제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