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근무했던 하청업체 관계자로부터 '근로자 배치, 상탄량, 컨베이어벨트 운전시간 등을 원청과 무관하게 임의로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11일 대전에서 열린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 항소심 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신문절차가 진행됐다. 원청과 하청 간 실질적인 관계를 살피고, 원청 측이 위험성을 얼마나 인식했는지를 살피기 위해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 출석했다.
이 사건 이전에 한국발전기술에서 태안사업소장 등으로 근무한 증인은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가 한국서부발전과 무관하게 근로자 배치나 상탄량, 그에 따른 컨베이어벨트 운전시간 등을 자율적이거나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느냐"라는 검찰 측 질문에 "아니다. 임의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증인은 "발전에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서부)발전 쪽 통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어진 피고인 변호인 측 신문에서는 "서부발전에서 한국발전기술 직원들의 배치나 인사에 관한 권한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한국발전기술 소속 컨베이어벨트 운전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석탄 발전을 하기 위해 하루에 정해져 있는 석탄 양을 벨트에 실어 발전기 있는 쪽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며 "그 발전량과 하루에 뗄 수 있는 양은 서부발전에서 책정해 발전기술로 알려준다"고도 했다.
이 증인은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컨베이어벨트 작업의 위험성을 묻는 질문과 관련해 "점검은 운전 중에는 하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탄이 다 끝나고 여분의 시간이 있을 때 점검하도록 돼있다"는 것인데, 김용균 노동자는 컨베이어벨트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본인이 근무했을 당시에는 점검구에 문(덮개)이 다 달려있었다고 진술했다. "운전원 입장에서는 가동 중에 컨베이어벨트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하면 안전상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덮개를 달아놓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사고 발생 시기에는 점검구 덮개가 다 떨어져있었다. 알고 있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던 원청 대표이사의 책임을 비롯해 원·하청 간 실질적 고용관계 등과 관련된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앞서 1심에서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숨진 김용균 노동자를 비롯한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과는 실질적인 고용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발전기술은 작지 않은 규모의 사업체로서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했고 나름의 독자성·전문성도 갖추고 있었다"며 "한국서부발전 근로자들의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지시와 요청이 일상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한국발전기술의 근로자들이 한국서부발전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하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춰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원청인 당시 서부발전의 대표이사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원청 대표이사인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서도 모두 징역이나 금고형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음 공판에서는 피고인 서부발전 측이 신청한 증인을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4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