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 한담해변 카페거리 쓰레기 주워보니…[영상]

[체험 삶의 기자] ①관광지 쓰레기 줍기
50리터 종량제 봉투 2개 쓰레기 '가득'…담배꽁초‧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일 많아
대형카페 다회용 컵 사용에 '플로깅' 유행…제주올레, 클린올레 등 환경캠페인 진행
주요 관광지 쓰레기 발생 현황 조사 착수…제주도 '환경보전분담금' 추진 위해 용역

뉴스제주 이감사 기자.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2년 8월 10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뉴스제주 이감사 기자
 
◇박혜진> 시사매거진 제주, '기자실 앞담화'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제주CBS 고상현 기자와 뉴스제주 이감사 기자 두 분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상현‧이감사> 안녕하세요. 
 
◇박혜진> 지난주 첫 방송 이후 어떠셨나요. 제주 언론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요. 주변 반응이 뜨거웠다고 들었습니다. 연락들 많이 받으셨나요.
 
◆이감사> 동료 기자들로부터 공감한다고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여담이지만, 제주 사회부 기자들은 출입처 관계자와의 저녁자리나 술자리 때 보통 더치페이를 하거든요. 지난 방송 내용이 제주 기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한다는 내용이었잖아요. 방송을 본 관계자들이 그동안 힘들었겠다며 다음부터는 본인들이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은 감사한데, 큰일 날 소리 하시지 마라. 더치페이는 계속된다'고 말하면서 서로 웃었습니다.
 
◆고상현> 저도 동료 기자나 출입처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사실 언론 내부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거든요.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많았어요. 특히 한 전직 기자는 지난 보도가 '목도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얘기했어요.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노력하는 기자들이 많다. 이 기자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수 있도록 언론 환경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박혜진> 그렇군요. 오늘 주제도 기대가 되는데,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이감사> 저희가 저번에 사회부 기자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사회부 기자는 지붕 없는 곳에서 일한다'고 했었죠. 이번에는 몸소 실천해 봤습니다. 코너 이름도 '체험 삶의 기자'로 정해봤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보고 그 이야기를 해보는 코너입니다.
 
◇박혜진> '체험 삶의 기자' 코너 이름이 재밌는데, 어떤 체험을 하셨나요.
 
◆고상현> 청취자 분들이나 유튜브 시청자분들도 제주의 주요 관광지를 찾았는데 쓰레기가 많이 보여서 눈살을 찌푸린 경험 한번쯤 있으실 거예요. 저도 놀러갈 때나 취재할 때 보면 관광지 주변에 플라스틱 컵이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봐서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희가 직접 그 쓰레기를 주워봤습니다. 지난 7일 제주 한담해변 인근 커피숍 거리에서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이곳은 올레길 15코스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고 근처에 바다도 있고 풍경이 좋아서 흔히 말하는 '핫플'이거든요. 우선 저희가 쓰레기 줍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는데요. 한번 보시고 얘기하시죠. 
 

◇박혜진> 무더웠을 텐데, 두 분이서 고생하셨네요. 어떠셨어요.
 
◆이감사> 저희가 한담해변에 종량제 봉투 50L 2개를 사서 갔는데요. 사실 종량제 봉투를 너무 큰 거 샀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1시간만 쓰레기를 줍는 체험을 해보자' 해서 간 거여서, 과연 그 시간 안에 봉투가 다 찰까 싶었어요. 결과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어요. 저희가 한담해변 옆 카페거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길옆으로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어요. 입구에서부터 한담해변까지 200m 정도 되거든요? 거의 50m도 안 돼서 봉투가 가득 찰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줍느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겠더라고요. 솔직히 취재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아 괜히 왔나' 싶을 정도로 쓰레기를 계속 주웠어요. 
 
◇박혜진> 고상현 기자는 어땠나요? 지난주보다 많이 탄 거 같네요. 
 
◆고상현> 그날 날이 무척 더웠거든요. 체감온도가 35도에 가까웠어요. 쓰레기를 주운지 한 10분도 안 돼서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어요. 저희가 집게 2개를 사서 갔는데요. 원래는 '집게로 깔끔하게 하나씩 주우면 되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눈앞에 쓰레기가 너무 많고 끊이지 않다 보니깐 나중에는 그냥 장갑 낀 손으로 쓰레기를 쓸어 담았습니다. 
 
◇박혜진> 쓰레기를 주워보니, 어떤 쓰레기들이 가장 많았나요?
 
◆이감사> 유명한 카페 거리답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맥주 등 캔 종류가 있었고요. 착용했던 마스크랑 포장비닐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사실 담배꽁초도 엄청 많았어요. 나름대로 꽁초를 줍긴 주웠는데도 전부 수거하지 못할 정도였죠. 커피숍 플라스틱 컵을 주우면서 살짝 의문도 들었습니다. 왜 굳이 테이크아웃을 하고 길바닥에 버리고 갈까, 또한 플라스틱 컵에는 상호명이 적혀 있잖아요? 그렇다면, 매출을 올린 업체에서 당연히 주변을 청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고상현> 특이점이 있다면요. 얼핏 봤을 때는 안 보였는데, 수풀 안 쪽을 들여다보니깐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봉지에 맥주 캔이나 소주병이 가득했고요. 안에 내용물도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리고 아예 전봇대 앞에 대놓고 쓰레기를 잔뜩 버린 사람도 있더라고요. 아니면 길가에 마시다 만 커피도 그냥 두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저희가 쓰레기를 줍고 있으니깐 안타까워하더라고요. 얘기 들어보시죠.
 
[녹취 : 35살 하윤진(경남 하남)] "아무래도 제주가 관광지이다 보니깐 관광객들이 워낙 많고, 날이 더워서 그런지 커피 마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길거리나 돌담 같은데 플라스틱 컵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바닷가에서는 그냥 모래사장에 많이 버리기도 하고요." 
 
[녹취 : 27살 노관훈(전남 여수)] "먼 바다를 건너 제주도까지 여행을 왔는데, (관광객들이) 이 아름다운 섬에다가 쓰레기를 버리는 마음가짐을 없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

◇박혜진> 쓰레기 문제는 한담해변 인근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이감사> 사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쓰레기가 없을 수가 없겠죠. 제주가 관광지이다 보니깐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지 않습니까? 물론 쓰레기를 잘 버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대체적으로 흔히 '핫플'로 불리는 곳에는 쓰레기 투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고상현>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해변 정화 활동을 벌였는데요. 대상지는 알작지 해변과 김녕해수욕장, 한담해변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정화 활동에 참여한 인원만 모두 68명인데요.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양만 332㎏이었습니다. 환경 단체에서 또 수거한 쓰레기를 분석도 했는데요. 전체 쓰레기 3864개 중 34%(1324개)가 담배꽁초였습니다.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플라스틱이었습니다. 
 
◇박혜진> 쓰레기 투기 문제,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될 텐데요.
 
◆이감사> 최근 환경보호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대형 카페를 중심으로 '다회용 컵(리유저블컵)'만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플로깅'이라고 들어보셨을 텐데요.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입니다.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저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주 플로깅'을 검색해 보니깐, 다양한 시민들이 조깅을 하면서 제주 거리나 관광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서 '인증샷'을 찍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만큼 제주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고상현>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도 의미 있는 환경 정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몇 가지 소개할까 해요. 먼저 '클린올레'인데요. 올레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제주올레의 대표적인 환경 캠페인입니다. 올해 최근까지 이미 154명이 클린올레를 완주했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쓰레기 주울 때도 담배꽁초가 많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담배꽁초를 줍는 환경캠페인으로는 '나꽁치'가 있습니다. '나부터 꽁초를 치우자'의 줄임말인데요. 캠페인 참여 독려를 위해 봉투와 면장갑이 제공되고 캠페인 후 제주올레 공식안내소에서 활동 인증을 하면 방수 드라이백을 준다고 합니다. 제주올레 안은주 대표이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안은주 대표이사] "올레를 걷는 가장 큰 이유는 제주의 자연환경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걷는 사람들부터 제주의 자연환경을 잘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경 보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도보 여행자들만이 아닌,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지금 제주를 잘 지키지 않으면, 제주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다시 볼 수 없잖아요. 사랑하는 만큼 잘 지켜달라는 게 환경 활동의 취지입니다."
 
클린올레 환경정화활동 모습. 제주올레 제공

◇박혜진> 환경 정화활동도 이제는 놀이처럼 즐겁게 하네요.
 
◆이감사> 놀이를 말씀하셔서. 재밌는 사례 하나 더 말씀드릴까 해요. 페트병과 캔을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순환자원 회수로봇이란 게 있어요. 흔히 거리에서 보이는 일반 자판기처럼 생겼는데요. 서울, 부산, 경기도 등 전국 500여 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제주에도 동문시장 인근이나 우도, 사려니 숲 길 도내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자녀를 두신 분이라면 같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돈도 벌고, 환경정화 교육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가 될 거 같아요.
 
◇박혜진> 행정에서 쓰레기 문제 관련해서 노력하는 게 있을까요.
 
◆고상현> 네. 최근 의미 있는 조사가 시작됐는데요. 제주관광공사에서 호텔이나 유원지 등 도내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조사하기로 한 건데요. 그동안 정확한 현황 자료가 없었거든요. 전국 최초로 이뤄지는 조사입니다. 오는 11월까지 한국환경연구원에서 용역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향후 그 결과를 토대로 관광객 참여형 친환경 관광프로그램 개발, 관광객 대상 분리배출 유도 방안, 무단투기 방지 방안 등이 마련됩니다. 
 
◆이감사> 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약으로 '환경보전분담금'이란 게 있는데요. 환경세 같은 겁니다. 관광객들에게 환경세를 거둬들여서 환경 보전과 관리에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민선 7기 제주도정에서는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었는데요. 오영훈 도정에서는 이바지한다는 뜻의 기여보다는 환경오염의 책임을 나눈다는 데서 분담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보고 환경보전분담금이란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제도 근거 마련을 위해 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이 제주특별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고요. 제주도에서도 제도 도입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 제주도청 환경정책과 현숙희 주무관] "기존에 여러 가지 환경 부담금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법안이 적합한지에 대해 용역이 이뤄집니다. 만약에 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한다면 얼마를 걷기보다는 산출 근거 등도…." 
 

◇박혜진> 현장에서 고생하셨는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고상현> 저희가 현장에서 봤을 때는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가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훌륭한 시민의식을 보였어요.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던 건데요. 특히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탁 트인 곳보다는 몰래 버릴 수 있는 곳에 쓰레기가 집중됐습니다. 저는 아까 전해드린 제주올레 안은주 대표이사의 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제주를 찾는 모든 분들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잖아요. 그만큼 제주를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겁니다.
 
◆이감사>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쓰레기가 많다? 이건 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을 가는 목적이 뭘까요. 깨달음? 여러 이유가 있겠죠. 만일 청취자 여러분들의 집 앞이 사람이 많이 찾는 명소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계속 쓰레기는 쌓입니다. 이거 누가 치우나요? 냄새는 누가 맡나요? 여행의 목적이 개인의 이기심과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이기심 때문에 제주 자연이 몸살을 앓는 거거든요. 마지막으로 제 자신에게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박혜진>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와 이감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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