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시즌 중 사령탑 자진 사퇴의 아픔을 딛고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일 접전에도 끈질긴 투지를 펼치며 팬들에게 희망을 안기고 있다.
삼성은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3 대 2로 이겼다. 연장 10회말 호세 피렐라의 첫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지난 주말 1위 SSG와 인천 원정 2연패를 끊었다. 순위는 여전히 9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10경기 4승 2무 4패의 선전이다..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 이후로도 3승 3패다. 삼성은 지난 1일 허삼영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삼성은 박진만 당시 퓨처스(2군) 감독을 1군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2일 두산과 잠실 원정을 앞두고 박 대행은 "선수들에게 본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삼성을 사랑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남은 50경기를 위해 활기차게 뛰어보자고 했다"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지난해 2위를 한 팀인데 삼성의 자부심을 갖고 뛰자고 강조했다"면서 "달리는 것은 슬럼프가 없으니 뛰는 야구를 하자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삼성은 이후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2일 경기가 비로 취소된 가운데 3일은 두산에 1 대 3으로 졌지만 4일 뛰는 야구를 앞세워 9 대 2 완승으로 설욕했다. 5일에는 SSG 원정에서 연장 10회 끝에 3 대 1로 이겼다. 6회까지 0 대 1로 뒤졌지만 7회 동점을 만든 뒤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6, 7일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쉽게 내준 경기는 아니었다. 모두 6 대 7, 1점 차 패배였다. 6일 불펜이 버티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으나 허윤동, 장필준이 나선 선발 투수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밀린 가운데서도 나름 선전을 펼쳤다.
10일 KIA와 홈 경기도 혈전이었다. 삼성은 2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3회말 김지찬의 좌전 안타와 김재성의 땅볼 등으로 역전을 만들었다. 7회 불펜이 동점을 내주면서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3일 두산전 6이닝 2실점에 이어 이날도 6이닝 1실점한 선발 수아레즈는 다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은 달라진 뒷심을 보였다. 연장 10회말 김지찬이 우전 안타, 김현준이 몸에 맞는 공으로 밥상을 차렸다. 김성윤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 피렐라가 KIA 6번째 투수 고영창을 중전 안타로 두들겨 경기를 끝냈다. 팀 역사상 최장인 13연패를 당했던 지난달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부진했던 마무리 오승환도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새다. 오승환은 연패 기간 3연속 블론 세이브(BS) 등 리그 최다 BS(5개)로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지난 5일 SSG전 1이닝 무실점으로 연장 승리를 따낸 데 이어 이날 KIA를 상대로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KIA의 최고 타자들인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막아냈다. 오승환은 10회초 나성범과 특급 신인 김도영을 예의 묵직한 돌직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곁들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마지막 타자 소크라테스는 커브로 내야 뜬공 처리해 이닝을 끝냈다. 그 뒤 피렐라의 끝내기 적시타가 나왔다.
한미일 야구를 주름잡았던 '돌부처'의 모습이었다. 박진만 대행은 흔들리던 오승환에 대해 "그래도 우리 마무리니까 믿어보겠다"고 밝혔다. 그 믿음에 부응한 오승환이었다.
삼성과 5위 KIA의 승차는 8경기다. 사실상 가을 야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러나 새 주장 오재일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올 시즌을 마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때 더 강팀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삼성이 남은 44경기에서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